오랜 숙고의 과정을 무시한 채 

 

어물쩍 이루어진 교육과정 개악을 규탄한다!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이 지난 8월 30일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의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정, 교육 주체와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발표된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요하게 담겨야 할 것들, 중요하게 담기기로 약속된 것들이 소리 소문 없이 쏙 빠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년 11월에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 따르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소양 및 역량을 반영하여 인간상, 핵심역량, 교육목표 등을 개선하고 체계화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적용 중인 교육과정과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표현이 추가된 것 예를 들어 자주적인 사람이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되는 식의 변화 외에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 1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구하고 논의했던 과정이 참으로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작년 주요사항 발표 당시 ‘환경생태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교육목표에 반영하겠다며 반영 예시까지 제시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생태교육은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라는 표현이 핵심역량 그 자체도 아니고 핵심역량 가운데 공동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역시 고등학교 교육 목표의 하나로 제시되었고 그마저도 노동이라는 표현은 빼버렸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기존 교육과정에 제시된 것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기본 개념을 구체화하고 핵심 내용 체계를 제시하여 모든 교과에서 이러한 교육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과 약속은 이렇게 뒤틀리고 사라졌습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와 지구의 생존과 공존을 위해 모든 나라, 모든 분야에서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교육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실제로 환경생태교육은 당연하게도 교육과정 개정 논의 시작 때부터 중요하게 고려되었고 반영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표된 시안에 따르면 핵심역량 가운데 공동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 하나 추가된 것이 전부입니다. 작년 총론 주요사항 문건 속에 24번이나 등장한‘생태’라는 두 글자는 이번에 공개된 교육과정 시안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이 사라진 것 역시 기가 찰 노릇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노동하며 살지 않는 사람 없는데 그동안 노동의 의미와 가치는 학교교육에서 철저히 외면받아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총론 주요사항 발표 때 노동이라는 두 글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노동자로서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배우겠구나 싶었는데 보란 듯이 그 두 글자만 콕 집어 들어냈습니다. 애시당초 스스로 ‘일과 노동’으로 구분하여 쓴 표현을 이제 와서 일과 노동이 같다며 일로 통합했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입니다. 혹여나 특성화고등학교를 위한 전문공통 과목으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이 신설된 것을 성과라고 내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는 것이 특성화고 학생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현실적으로도 지금껏 단독으로 개설되어온 ‘성공적인 직업생활’ 과목이나 현 정부의 중점관심 사항으로 이번에 신설된 ‘디지털과 직업생활’ 과목 사이에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이 실제 학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입니다. 엄연히 교육기본법에 우리 교육의 목적으로 명시되어있기도 한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교육과정에 반영해 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민주시민교육 역시 작년 총론 주요사항 발표할 때 교육 목표 및 내용 기준 안까지 예시로 제시하며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듯 하였지만 이번 발표된 시안은 기존 교육과정의 것을 그대로 옮겨둔 것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직제 개편을 통해 민주시민교육과를 사실상 폐지한 상황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표현만큼은 교육과정에 남겨두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혹자는 교육과정 상의 표현 몇 개 가지고 웬 설레발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 몇 개가 우리 교육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명확히 하고 또 그 표현을 근거 삼아 학교 급별, 교과목 별 교육 목표와 성취기준들을 유기적으로 수립할 수 있습니다. 결코 작고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용적으로도 지구인으로, 노동자로, 시민으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관한 교육이고 그럼에도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교육들입니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금 여기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엄중하게 살피고 책임있게 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대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기에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이름 아래 지난 1년 이상 계속된 숙의 결과들이 이렇게 축소되거나 없던 일이 될 수 있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시안은 어디까지나 시안이므로 추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것들이 약속한 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숙고의 과정을 무시한 채 

 

어물쩍 이루어진 교육과정 개악을 규탄한다!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이 지난 8월 30일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의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정, 교육 주체와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발표된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요하게 담겨야 할 것들, 중요하게 담기기로 약속된 것들이 소리 소문 없이 쏙 빠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년 11월에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 따르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소양 및 역량을 반영하여 인간상, 핵심역량, 교육목표 등을 개선하고 체계화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적용 중인 교육과정과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표현이 추가된 것 예를 들어 자주적인 사람이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되는 식의 변화 외에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 1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구하고 논의했던 과정이 참으로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작년 주요사항 발표 당시 ‘환경생태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교육목표에 반영하겠다며 반영 예시까지 제시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생태교육은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라는 표현이 핵심역량 그 자체도 아니고 핵심역량 가운데 공동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역시 고등학교 교육 목표의 하나로 제시되었고 그마저도 노동이라는 표현은 빼버렸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기존 교육과정에 제시된 것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기본 개념을 구체화하고 핵심 내용 체계를 제시하여 모든 교과에서 이러한 교육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과 약속은 이렇게 뒤틀리고 사라졌습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와 지구의 생존과 공존을 위해 모든 나라, 모든 분야에서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교육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실제로 환경생태교육은 당연하게도 교육과정 개정 논의 시작 때부터 중요하게 고려되었고 반영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표된 시안에 따르면 핵심역량 가운데 공동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 하나 추가된 것이 전부입니다. 작년 총론 주요사항 문건 속에 24번이나 등장한‘생태’라는 두 글자는 이번에 공개된 교육과정 시안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이 사라진 것 역시 기가 찰 노릇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노동하며 살지 않는 사람 없는데 그동안 노동의 의미와 가치는 학교교육에서 철저히 외면받아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총론 주요사항 발표 때 노동이라는 두 글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노동자로서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배우겠구나 싶었는데 보란 듯이 그 두 글자만 콕 집어 들어냈습니다. 애시당초 스스로 ‘일과 노동’으로 구분하여 쓴 표현을 이제 와서 일과 노동이 같다며 일로 통합했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입니다. 혹여나 특성화고등학교를 위한 전문공통 과목으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이 신설된 것을 성과라고 내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는 것이 특성화고 학생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현실적으로도 지금껏 단독으로 개설되어온 ‘성공적인 직업생활’ 과목이나 현 정부의 중점관심 사항으로 이번에 신설된 ‘디지털과 직업생활’ 과목 사이에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이 실제 학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입니다. 엄연히 교육기본법에 우리 교육의 목적으로 명시되어있기도 한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교육과정에 반영해 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민주시민교육 역시 작년 총론 주요사항 발표할 때 교육 목표 및 내용 기준 안까지 예시로 제시하며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듯 하였지만 이번 발표된 시안은 기존 교육과정의 것을 그대로 옮겨둔 것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직제 개편을 통해 민주시민교육과를 사실상 폐지한 상황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표현만큼은 교육과정에 남겨두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혹자는 교육과정 상의 표현 몇 개 가지고 웬 설레발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 몇 개가 우리 교육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명확히 하고 또 그 표현을 근거 삼아 학교 급별, 교과목 별 교육 목표와 성취기준들을 유기적으로 수립할 수 있습니다. 결코 작고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용적으로도 지구인으로, 노동자로, 시민으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관한 교육이고 그럼에도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교육들입니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금 여기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엄중하게 살피고 책임있게 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대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기에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이름 아래 지난 1년 이상 계속된 숙의 결과들이 이렇게 축소되거나 없던 일이 될 수 있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시안은 어디까지나 시안이므로 추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것들이 약속한 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