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길이가 귀 밑 3센치가 넘는 학생을 찾아내는 교사의 매서운 눈초리를 벗어나 불규칙해진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울려퍼지는 교사의 날카로운 목소리..

 

"너가 이러고도 학생이야?학생이 머리가 이게 뭐야?!"

 

평소 꾸미기를 좋아하는 반 친구가 귀 밑 3센치속에 따아서 돌돌 말아 감춰두었던 머리칼을 들킨 것입니다.

 

교사의 가위질에 싹뚝 잘려나간 머리칼, 친구는 종일 눈물을 쏟아냈었습니다.

 

한 달 후 학교 내에는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이름없는 지장이 찍힌 종이가 돌았고 학생들은 신이나서 쉬쉬하며 종이를 돌려 지장이 무수해질 때쯤 학교는 이 사실을 알고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학생들의 마음은 확고했기에 반마다 시간마다 들어오는 교사에게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항의를 이어갔고 놀랍게도 이후 머리길이 자유화가 시행되었습니다.

 

30년 전 제 인생 최초의 투쟁 승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교육청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학생 주최의 기자회견에 참여하며 이렇게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함께한다면 30년 전처럼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길 수 있지 않을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어 글이 길어졌습니다.

 

여러 기사에서 밝히듯 시의회는 학교구성원인권증진조례를 발의하는 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대위는 대상을 학교구성원까지 확대해 학생인권을 축소시키려 하는 점, 논란이 있는 부분을 드러낸 점 등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개정을 시도하는 것도 조례를 폐지하려는 것과 같다..라는 결론으로 힘차게 질기게 싸워나갈 예정입니다.

 

이어지고 있는 시의원에게 문자로 항의하는 행동 함께로 힘주시고 앞으로의 투쟁에도 관심으로 함께 해주시길 바래봅니다~~

 

#사진노동당유용현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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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학생이 인간이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돼서도 칼질당해서도 안 된다

 

‘학생은, 청소년은 인간이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춰선 안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폭력과 차별 없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못한 말이다. 이토록 당연한 말을 조금이나마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인권운동이 이어졌고 새로운 법이 필요했다. 바로 그렇게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고, 2012년 전국 세 번째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11년간, 우리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학교를 다녀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제출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는 조례 폐지를 검토한다 하고, 어떤 의원들은 학교구성원인권조례라는 이름의 칼질당한 조례로 대신하겠다 한다.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 사회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우리는 가장 큰 당사자인 청소년의 입장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평등하게 자유로운 인간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획일적으로 부당하게 머리카락과 복장을 강요하는 학교규칙을 고치라는 것이다. 매질, 기합 같은 폭행과 모욕을 주는 벌을 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기나 휴대전화 같은 사생활, 나의 생각과 표현을 함부로 침범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빈곤하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인종이나 외모를 이유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학생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줄 기구를 두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게 조례의 내용이다. 학생인권조례 속의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고 학생도 그 예외가 아니기에 학생인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가 있기 전의 학교가 어땠는지 기록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다. 그때 학생은 함부로 손찌검해도 되는 존재, 머리 길이가 길다고 가위를 머리에 갖다대고 회초리로 때려도 되는 존재, 밤 11시까지 공부하며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존재, 언제든 가방을 뒤지고 소지품을 압수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학생인권조례를 없애자고 하는 사람들, 그 내용이 지나치다며 잘라내려 하는 사람들은 헌법과 인권법을 거부하고 싶은 걸까? 10여 년 전의 학생들을 때리고 겁주고 가위질하던 학교가 좋았다고 여기는 걸까?

 

일각에선 학생인권 신장 때문에 수업이 힘들어진다거나 교실이 무질서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권을 보장하고 인간답게 대하는 것은 할지 말지 고를 일이 아니다. 학생인권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이며, 교육의 기본이고 의무이다. 교실을 어렵게 하는 건 인력과 예산·자원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 정부, 경쟁과 차별로 왜곡된 교육 제도, 불평등과 불신이 커지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려는 일이야말로 교육다운 교육, 교육의 의무를 포기하자는 뜻이며, 학교나 교사 개인이 마음대로, 함부로 학생을 대할 수 있는 무질서한 학교, 야만의 학교를 만드려는 일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학교구성원인권조례'로 바꾸자거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은 차별금지사유에서 빼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학교구성원' 조례란 그동안 학생의 인권이 학교에 의해 억압당해왔기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는 학생인권조례의 의의를 지우는 것이며, 인천 등 다른 지역 사례로 볼 때 인권의 내용이 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성소수자 등은 차별 허용 대상으로 두자는 주장은 자의적이고 극단적인 편견과 독선의 반영일 뿐, 인권법으로서 논의될 수도 없는 부분이다.

 

물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이 완벽하게 지켜지는 학교를 만들지는 못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학생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다며 조례에 똑똑히 나와 있는 것조차 지키지 않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2020년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서울 중·고등학생의 40~50%가량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바로 작년과 재작년에도, 서울 지역 학교들 중 속옷·양말·스타킹 색깔을 규제하는 학교, 외투 착용 기간을 규제하는 학교 수십 군데가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더욱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할 이유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어 우리는 적어도 학생인권이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알 수 있었고,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신고를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덕에 문제가 된 학교들은 학교규칙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는 학생인권을 어떻게 개선할지 모색하기도 바쁜 판국에 조례 폐지나 개악을 논하고 있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권리를, 존엄을 지키고자 나섰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청소년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학생을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시민으로 보지 않는 학교를, 서울을,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그런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서울시의회가 민주주의와 인권과 교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념이 있다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부결시켜라. 학생인권조례를 칼질하여, 학교구성원조례라며 축소시켜서 어떤 인권은 침해해도 된다고 할 생각도 말라. 학생은 예비 시민도, 반쪽 인간도 아니다. 바IMG_20230210_201632_93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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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지금 학교에서도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다.

 

2023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