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이기주의에 잠식당한 교육부 장관에게

김경엽(전교조)

 

“학생들이 학교에 원하는 수업을 만들어달라고 말할 수 있고, 학교는 학생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도록 수업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거다. 학생들이 자기 삶의 역량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정말 맞춤식으로 한 명 한 명의 개별학습을 소중하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고교 학점제에 관련해서 지난 5월 8일 한겨레 커버스토리에 담긴 교육부장관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대체로 성공에는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사회에는 그저 우연히 부모 잘 만나서 과분한 기회를 누리며 사는 이들도 많다.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재능과 노력은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가. 이런 과제가 현실 세계에 달성 여부보다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길게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교육부분은 그들의 노력과 능력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이 꿈과 끼라는 허구로 표명되고 있어서 교육부 장관의 인터뷰가 걱정스럽다.

 

2018년 현장실습은 과거에 존재했어도 그 의미가 상실되었던 관리조치를 취했다. 학교현장에서 최소한 안전기준이 반년 시행되었다. 하지만 오만가지 이유로 후퇴하여 급기야 2019년 1월에 고졸 취업률 60%를 제시하며 현장실습을 취업으로 선보인다. 당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정책을 발표를 막아선 나에게 유은혜 장관이 ‘현장실습을 아이들이 원하고 있다.’라고 짜증이 가득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면서 하던 말과 유사하다. 교육부장관에게는 이미 실패한 정책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자는 공교육의 한 축으로써 직업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급자 중심주의라고 비판한다. 50~60년대 경공업이 겨우 태동할 때 회사경리를 위해 상업계고가 생겼고, 70년~90년대 중화학공업이 키우기 위해 공업계고를 키웠으며, 90년 이후 정보화시대 인력 양성이라고 하면서 정보화 특성화고를 만들어서 산업구조 밑바닥에 욱여넣었다. 이것이 공급자 중심교육, 아니 기업 훈련소 역할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교육부의 집단 이기주의이다. 교육 가치, 지향해 나갈 사회 등 교육부에게 고려 사안이 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조직 건사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교육부의 이기주의는 고교학점제에서도 재현되었다. 교육부 주관 공모에서 나온 학생이 ‘저는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 학교에서 배워서 좋았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작금의 세계는 고전적 직업도 분업화되고, 그 나라 산업구조에 따라 다양한 직업군이 발생한다. 공급자 관점에서 고교학점제가 이 모든 직업군에 필요한 직무훈련을 학교에서 소화 가능하다고 보는가. 

 

학교교육은 보편성이다. 다른 의미로 평범함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자신 삶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그런 평범함 말이다. 학교 교육은 세상을 지배하는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배당하지 않을 똑똑하고 위대한 공민, 평범한 인간으로 바로 설 수 있는 ‘힘 있는 지식과 실천적 기능’을 익히는 곳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