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7인 서울교육희망

민주진보 단일 후보 곽노현 지지 선언

오늘날 우리 교육은 차마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공교육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자 가치인 ‘지덕체의 조화’, ‘전인교육’, ‘창의성’, ‘다양성’ 등의 이념은 간 데 없고 오로지 몇몇 주요 교과 점수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습니다. 고매한 교육론과 미사여구로 다듬어진 국가 교육과정은 거들떠보는 이도 없고,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일제고사가 학교와 교사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학교장들은 오로지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교사들을 다그치고 있고, 교사들은 점수 올리는 기계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나 이외의 모두를 상대로 한 경쟁심만을 부추기는 학교는 사람됨을 가르치는 인간교육의 장이기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경쟁력 있는 소수의 학생들로 하여금 특별한 학교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생들간의 경쟁을 더욱 부추겨 온 천지를 사교육 시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올바른 교육 철학도 최소한의 기본적 교육 원리도 모르고 밀어붙이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면서 공교육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19세기적인 교육 환경에서 20세기식 지식 암기와 문제풀이만을 반복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21세기는 공존과 나눔의 철학에 바탕을 둔 창조적인 지식과 정보가 사회 변화를 이끌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21세기에는 따라서,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민주시민, 협력적인 집단지성을 통해 혁신과 창조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21세기의 창조적인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 사람을 기르는 일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OECD 국가 중에 꼴찌인 교육여건을 방치한 채 교육과 복지를 위한 예산을 삭감하면서까지 토목과 건설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부어 왔습니다. 그러나, 보육과 교육에 대한 투자, 복지와 문화에 대한 투자, 더 좋은 교육환경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없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교과부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최고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경쟁과 차별이 아닌 배려와 지원을 중심에 두고 교육개혁과 학교혁신을 설계해야 합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권위주의와 독선을 버리고 교사와 학생ㆍ학부모ㆍ시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교육의 비전을 세우고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육행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위한 섬세한 지원 행정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모든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운영되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소수의 승자를 제외하고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들면서, 학부모들로 하여금 미래의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교육이라는 이름의 보험에 무한정 돈을 쏟아 붓게 하는 일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소질과 적성을 살리고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보람찬 삶을 가꿀 수 있게 배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대통령부터 지방자치단체장들, 교육감과 교육의원들 모두가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 모든 학생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지원하는 교육정책이 절실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토목과 건축에만 혈안이 된 이명박 정부가 우리 아이들에게 21세기적인 학습환경을 마련해 주고 공교육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랩니다. 우리 아이들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토목과 건축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와 문화에 투자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서울 교육을 바로 세우고, 이 나라의 공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확고한 사람 중심 철학으로 무장된 추진력 있는 교육감, 어떤 외풍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교육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 후보인 곽노현 후보야말로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후보, 물신주의와 경쟁주의를 넘어 확고하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육지도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마음으로부터의 지지를 선언합니다. 오늘 우리는,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헌신해 온 곽노현 후보야말로 아이들의 인권과 학부모ㆍ교사들의 교육권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곽노현 후보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는 곽노현 후보가 당선되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채찍질 하며 곽노현 교육감과함께 서울 교육을 혁신하고 공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한 대장정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앞으로 당선될 곽노현 교육감이 중앙권력의 정치적인 영향에 좌우되거나, 교과부 관료들의 반교육적인 지침에 흔들리지 않으며, 부정과 비리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교육의 근본을 새로 세우는 참다운 교육의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교육감이 명심해야 할 교육개혁 지침 10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어떤 학생도 가정 형편, 성별,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복지 혜택 속에서 모두가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핀란드형 공교육 체제를 세우기 위한 과감한 교육투자를 해야 합니다.

둘째, 모든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며 소수의 승리자들 외의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교육, 거액의 학비를 낼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만 특목고나 전문대학원 등 특별한 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차별 교육, 특권 교육, 양극화 교육을 청산해야 합니다.

셋째,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학교와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충실할 수 있게 여건을 갖추고 행재정적 지원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의 시책사업은 최소화되어야 하며, 범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국가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성장 발달이 느린 학생, 학습 부진 학생 등 뒤처지는 학생에게 더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하는 교육, ‘나’만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 협력하며, 나누고 봉사할 줄 아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되게 해야 합니다.

다섯째,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만 강조하면서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정답 찾기에만 몰입하도록 강요해 온 낡은 ‘20세기 교육’을 청산하고,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는 능력,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21세기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여섯째, 교사 주도 교육이 아닌 학생이 계획하고 주도하는 학습으로 수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 객관식 단답형 문제가 아닌 주관을 표현하게 하는 논술, 발표, 포트폴리오 등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일곱째, 일제시대와 군사정권의 잔재인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와, 지시와 명령의 타율적인 행정은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중앙집권적 교육행정은 민주주의와 자율이 중심이 된 참된 지방교육자치 체제로 개편해야 합니다.

여덟째, 교사들이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이 아니라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힘쓰도록 하고 교육적 리더십을 인정받는 교사가 공모에 의해 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세우고, 교사ㆍ학부모ㆍ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아홉째, 교육계의 고질적인 부정과 비리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합니다. 승진을 위한 부정과 금품 수수, 납품 관련 뒷거래, 건축 비리, 급식 비리 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행정 시스템을 과감하게 혁신하고 교육감이 솔선하여 청렴 행정을 실천해야 합니다.

열 번째,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과 교육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교육감이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내용과 방법과 교육의 질을 책임진다면, 시장ㆍ도지사는 모든 아동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교육복지, 생활 및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책임져야 합니다. 특히,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육감들은 시장ㆍ도지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2010년 5월 20일

2177인 서울교육희망 민주진보 단일 후보 곽노현 지지 선언자 일동

*평학은 각 지역대표단 명단으로 참여키로 했습니다. (3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