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10년 고교선택제 시행을 우려하며

평준화 해체, 고교입시 부활시킬 고교선택제 시행을 재고하라!

지난 4월 공정택교육감이 ‘선택권’을 내세워 시행의지를 밝힌 ‘고교선택제’에 따른 2010년 고등학교 입시전형 요강이 9월 1일로 확정 공고되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08년 10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학부모 800명을 조사한 결과, ‘통학거리와 무관하게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다’는 답변이 전체의 67.6%에 달했다. 시행이 몇 개월 남은 현재 강남권의 학교들은 적게는 40억에서 100억씩을 투자해 우수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돈으로 선택되는 고교선택제, 이는 명백히 공교육의 토대를 더욱 황폐화 시킬 것이며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으로 고교선택제 시행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선택제 내용을 살펴보면, 1단계 1,2지망 서울 전지역에서 20%, 2단계 1,2지망 각권역에서 40%, 마지막으로 3단계 1,2지망 40%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 받는 방식이다.

서울 전지역 1단계 1,2지망자에 한해 20%를 뽑는데 서울의 유명짜한 학교에 성적 우수자들이 대거 몰릴 것이다. 내 아이가 20%에 뽑힐 가능성은 로또 당첨에 가깝다. 20%에 해당하는 학교는 강남권. 그러나 강남지역 학생이 타 지역으로 배정될 확률은 거의 없다. 강남은 중학생보다 고등학교 입학정원 숫자가 많아 1,200명이란 부족분이 발생하였고, 이를 놓고 12만 고교진학생들이 경쟁하도록 ‘선택’이라는 명분을 씌움과 동시에 강남학부모 끌어안기의 산물이다.

2. 선택제는 철저히 자본의 공식을 따른 것으로 2010년 시행될 고교선택제의 ‘선택’은 학생. 학부모가 하는 게 아니라 ‘학교’다. 학교(명문고)가 성적우수자를 가려 뽑겠단 것이다. 외고, 특목고, 과학고, 자사고... 마찬가지다.

자사고, 특목고, 외고가 선호되는 이유는 명문대를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돈 있으면 갈 수 있다. 문제는 돈=명문고=명문대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학교별 등급이 매겨지고, 비선호학교로 낙인찍힌 학교와 학생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적 차별을 하겠다는 저열한 발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에서 명문대를 꿈꾸는 학생들이 강남권으로 빠지고 나면 학교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비선호학교로 찍히고 학생 수도 줄어들고 나면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야 할 사명감만 남게 될 테고,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성적향상을 위해 학생들을 더 혹독한 문제풀이식 시험에 내몰 것이다. 공정택교육감은 며칠 전 비선호학교에 교사초빙권 확대와 민자기숙사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선택제로 인해 발생할 학교.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것과는 무관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3. 고교선택제 기준은 대입의 결과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명문고의 부활, 고교평준화 해체, 대학의 고교등급제 시행이라는 절차를 밟게 되며 이는 애초에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한 공교육 살리기와 배치되는 결과이다. 학교선택제가 제 의미를 가지려면 ‘선택’의 주체가 학생이라야 하며 ‘일류고’와 ‘삼류고’로 이분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교육이라면 소수의 우수한 학생만을 집중 지원할 것이 아니라 뒤처지고 떨어지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끌어줄 방안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4. 일제고사 실시 후 학교별 정보공개에 따른 초등 방중 보충수업 실시 등 교육적 파행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교선택제는 초등학생까지 무한경쟁의 싸움터로 내모는 살인정책이 될 것이다. 공정택교육감은 위 문제점에 근거하여 계급적 선택이 아닌 평등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려는 고교선택제의 시행을 전면 재검토 하라.

2009년 9월 2일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