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교육부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인 고교학점제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한국 교육 부문이 빠른 속도로 대폭 확대되면서 사회구성원 대다수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문제도 양산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인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과도한 입시경쟁을 불러온 것이다. 사교육의 창궐로 학부모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학생들은 과잉 경쟁에 내몰려 좌절하거나 과도한 입시교육에 의해 소외되었다. 특히 대학입시 바로 직전의 고등학교는 입시중심교육으로 교육 과정과 내용이 크게 왜곡되어 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육 개혁의 명분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초기에 진로를 결정토록 하고, 이후 진로 중심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에 불과하다. 현재의 대학서열체제와 입시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만 확대한다는 것은, 결국 입시 주요 과목으로의 편식을 강요할 공산이 크다. 또한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과중노동에 시달리는 다과목 수업 교사와 고용불안에 신음하는 기간제 교사가 늘어날 것이고 전체 교직원의 노동강도만 불필요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육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원격교육을 대안이랍시고 제시하고 있기에 교육의 지역적 불평등마저 심화시킬 뿐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다양성을 보전하며 살아가기 위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조차 오래전부터 교양교육을 확대하고 융합전공이나 복수전공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등교육과정에서 진로를 조기 결정토록 하고 이와 관련된 과목들을 집중 이수토록 하는 것은 교육학적 원리에도 맞지 않고 미래사회에서 살아가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현재 80%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과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기본 과목들을 넓고 깊게 공부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 직업군에 편입되기 위한 진로교육이 아니라 폭넓은 보편교육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은 대학까지 무상교육, 특권학교 폐지, 지역적 차별 없는 보편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 서열체제 혁파 등 대학평준화의 경로를 밟아가면서 중·고등학교 교육을 입시경쟁으로부터 해방시켜, 중등교육이 자기의 위상을 갖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능력을 제대로 키워줄 수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기보다는 고등학교의 보편교육과정과 대학의 교양과정 및 전공과정이 연계되어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논의의 물꼬를 바꾸어야 한다. 

 

처방하기 전에 반드시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에게 이로운 물질도 변질되거나 잘못 사용되면 독극물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옷과 장신구도 자기 몸에 맞지 않으면 건강을 파괴하는 짐 덩어리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말고 문제투성이 고교학점제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뻔히 보이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폐해를 양산하지 마라.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하기보다 대학체제의 개편과 보편적인 중등교육과정의 확립에 하루빨리 나서라. 

 

2021.6.16.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추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