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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잇기 평화대행진 >  은영지

 

  사드반대 평화지킴이들은 5월1일 세계 노동절이라는 벅찬 순간도 늘 그러하듯 토요일 이른 아침을 소성리 진밭교에서 보내며 전쟁광 미군과 맞섰다. 

 

  강형구 장로님이 습작으로 쓴 '쌤! 공산주의가 뭐예요? 빨갱이가 뭐예요?' 라는 시를 품평하면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어마무시한 무기를 거머쥐고 세계 곳곳에서 행패를 부리는 제국주의 미국에 맞서는 소성리 평화운동은 연중무휴다. 현장 노동자들만큼이나 고달프고 갈 길이 멀다.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맞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이날 경찰의 발포로 4명이 사망했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 이틀 뒤 일어난 '헤이마켓 폭탄 사건'으로 수백명의 노동운동가들이 구속, 8명이 재판받고 4명이 사형당하고 1명이 감옥에서 자살하면서 전 세계 노동자들과 지식인들이 충격에 빠지고 분노했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 모인 세계 노동자들이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5월1일을 메이데이(세계  노동절)로 정해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이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본의 착취와 인간 이하의 취급으로 지옥이나 다를바 없는 고통을 겪고 있어 노동절이 무색해지고 있다. 그래서 노동절에 진밭교 미제사드기지에 서있는 마음도 더없이 칙잡하기만 했다. 

 

 강형구 장로님의 발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제가 최근에 어떤 통계를 읽었어요. 미국 시민들의 40%가 미국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사회주의 체제'라고 인식했다고 합니다. 무상복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보편적인 복지체제를 갖추기를 절실히 원한다는 것이죠. 그런 것이 가능한 시스템이 '사회주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사회 안에서도 민주당 대권 주자였던 샌더슨 같은 사람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습니까? 비록 대선엔 실패했지만 미국에도 그런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 나라에서만 툭하면 '좌경용공' '빨갱이'라는 공격에 휘둘려 우리들의 꿈과 이상을 고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병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빨갱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말들에 왜 경기를 일으킵니까? 그 말들은 이땅을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 전쟁터를 떠올리는 단어였지만 그런 살육의 현장을 만들어낸 진짜 주범이 누구인지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지구를 열두 번도 더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쌓아놓고 그 무기를 구실로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조종하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3년 전, 한반도에서 전쟁은 더 이상 없다고 한 감동적인 '판문점 선언'을 무너뜨리고 여전히 서로 싸우게 하려고 부추기는 무리들이 누구입니까? 그들이 '자유'를 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진짜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주는 무리들입니까?" 

"아니요~" 

갑자기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터라 손도 시리고 목도 잠긴 상태였지만 우리 모두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장로님 발언은 계속되었다. 

 

"왜 우리가 우리 뜻대로 군사분계선을 비무장 지대로 무기 다 내려놓고 평화공존하자고 스스로 결의한 내용과 자주성을 못 지키고 저들이 시키는 대로 질질 끌려가야 합니까? 왜 이 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리전쟁터가 되어야 합니까? 폭력과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가 그 폭력의 괴수들을 무찌르고 싶다면 정조준해야 할 목표는 엄청난 무기 쌓아놓고 우리를 괴롭히는 저 깡패나라 미국 아니겠습니까? 왜 그렇게 강한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장병 여러분들이 지켜주고 있어야 합니까?" 

 

 제발 정신차리고 우리가 어떻게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할지 함께 의논해 보자는 그의 마무리 발언을 경청하면서 판문점 선언 3주년이 되는 4월27일에 3개월 대장정으로 힘찬 첫발을 내디딘 '남북철도잇기' 행사가 떠올랐다.  

 

이와 관련 고희림 시인도 의미있는 호소를 한 바 있다.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평화시민들이 진행하는 남북철도 잇기 여파가 생길 줄 미리 알고 미제국주의는 군사동맹도 모자라 쿼드까지 강요하고, 반도체 가치동맹이니 경제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가소로운 일입니다. 남북을 하나로 잇고 주체적, 자주적이고 굴종하지 않는 나라가 될까봐 백신 갖고 압박하며 온갖 협잡을 일삼는 미제에 당당히 맞서야 할 때입니다."  

 

 28일 사드장비 들어오는 날 새벽에 급히 올라온 부산평통사 박석분 운영위원이 했던 발언도 절절했다. 

 

  "27일 부산역 광장에 100 여명의 철도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7월27일까지 장장 3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했는데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소성리를 정부가 지켜주지 않으니까 우리가 지키듯이 남북관계 개선을 정부가 못하니까 우리가 하겠다 이겁니다. '남북철도 잇기'는 끝나지 않을 섬과 같았던 한반도가 대륙으로 웅비할 수 있는 길을 트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분단되기 전에는 부산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기차 타고 갔어요. 그런데 분단 된 후 1945년 9월 미국이 이땅에 침략자로 들어오면서부터 철도가 막혔습니다. 그 막힌 철도를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때 잠시 쬐끔 연결됐을 뿐 지금 계속 막혀 있잖아요. 작년에 판문점 선언하고 나서 남북철도 이어보자고 남쪽 관계자들이 북에 가서 구경만 하고 왔잖아요, 구경만... 

이후 미국이 방해해서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미국이 이 나라 사람들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해, 이 쌍놈의 새끼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맞서서 과단성있게 해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잖아요.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쳐놓은 틀안에서만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랬다가는 끝끝내 남북이 함께 민족의 번영이나 평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그 길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절박한 분노, 그리고 이 민족과 이 민중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자각 때문에 '좋아! 미국에 맞서는 걸 아무도 못하면 우리가 하겠다' 이렇게 외치고 출발했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소성리로 올라올 겁니다. 올라오는 구간구간 많은 분들이 함께 이 남북을 연결하고 민족의 번영과 생명줄을 잇는 이 투쟁에 함께 해주시길 믿고 소성리 투쟁도 그와 같은 정신으로 끝끝내 승리해낼 것을 믿습니다." 

 

 박 운영위원의 발언에  

"우와~'남북철도 잇기' 기차타러 가자!" 

모두가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지킴이들의 눈에는 이미 평화와 자주, 노동자 민중의 해방 세상이 저만큼 와 있는 듯 가슴이 벅차 올랐다. 더불어 난생처음 타보는 남북철도 잇기 기차 타기에 합류하려는 희망으로 벌써 가슴이 콩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