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죽음의 공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였다.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서이초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안식과 명복을 기원한다.

 

우리는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이 작용하였다는 전언을 주목한다. 그리고, 부당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청과 학교 차원의 적극적 대응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한다. 특히,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둔갑시켜 교사들을 협박하는 상황을 무기력하게 방치하여 온 교육당국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태에 분노한다. 

 

그러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후에 호들갑스럽게 특정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이라거나 교권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하나마나한 임시방편적인 진단과 처방에 머무르는 것에는 결단코 반대한다. 또한, 또 다른 공교육 제도의 피해자인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학생인권조례 운동 때문에 교권이 실추되었다면서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은 근본적인 대책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히려 사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근본적 대책을 가로막는 말초적이고 지엽적인 대책들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단지 특정 학부모의 교권 침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서이초의 특정 학부모가 아니어도 이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할 위험이 학교 사회에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 인권 보호 정책이 교권을 실추시킨다는 진단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교문에서 멈춘다는 학생인권은 여전히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며, 교권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학생인권의 실현이 결코 교사의 교권 확장과 대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사의 교권은 학생인권이 아니라 학교 밖 교육관료들과 정치 권력 그리고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공교육 시스템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공교육 시스템이 교육 구성원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학교사회에 강요되고 있는 극심한 성적 경쟁이 빚어내는 불평등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장시간 학습노동과 스트레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부과되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독일, 프랑스 등 교육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학평준화와 무상화를 시급하게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극심한 경쟁과 차별이 넘치는 학교에 평화란 애초에 불가능하며, 배려와 존중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오로지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살벌함과 각박함이 넘쳐나고 있을 뿐이다. 2018년~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자살한 초·중·고교생은 822명, 연 평균 164명이다. 2~3일에 한 명꼴로 학생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공교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이 같은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그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특정 학부모의 괴롭힘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불평등으로 인한 불안, 공포가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현장에 집중적으로 투영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여기에 학교폭력 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학교 폭력 신고 의무 제도 등 징벌 위주의 미봉적 학교폭력 대책이 학교 현장을 더욱 더 혼란과 갈등 속에 몰아넣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학교폭력 사항의 생활기록부 기재는 학교폭력을 줄이기는커녕 생활기록부 기재를 피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극렬한 저항과 반발을 초래하여 일선 교사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을 뿐이다. 경직된 학교폭력 신고 의무 제도는 사소한 갈등에 대해서조차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심지어 교사들의 교육 활동조차 정서적 아동학대로 공격하거나 신고의 대상이 되게 만들고, 끝내 죽음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서이초 교사의 억울한 죽음에서 이 같은 대한민국 교사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불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심각하게 죽음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죽음의 제도이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지 않고, 특정 학부모의 행동에만 모든 책임을 지우거나 정당한 학생인권 신장 운동에 누명을 씌우는 부당한 책임전가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이다. 죽음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전면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이에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다음과 같이 공교육을 전면 개편할 것을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며, 동시에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각성을 기대한다.

 

1. 죽음의 공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라.

1. 자사고, 특목고 등 성적으로 줄세우는 죽음의 서열 경쟁 교육을 중단하고, 경쟁교육을 조장하는 교원평가를 폐지하라.

1. 교육청, 교장 중심의 관료적 교육 독재를 중단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 중심의 민주적 학교자치를 실현하라.

1. 학교폭력 사항의 생활기록부 의무 기재와 학교폭력 의무 신고 제도를 폐기하고 학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라.

1.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고 전면 무상화하여 평등교육을 실현하라.

 

2023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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