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저출산, 사교육비 대응전략-

조기입학정책은 근본적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지난 11월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저출산 사교육비 대응 전략’을 발표하였다. 주된 내용은 중산층의 출산율을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 및 남성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며,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육아비용 경감 및 조기 사회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저 출산 문제는 결국 비용의 문제이다. 출산에서 학교에 보내는 모든 문제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보다는 100프로 개별책임으로 떠넘기는 사회구조적 문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 광고에는 동생을 선물하고 싶다는 컨셉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현재의 출산율대로 간다면 가까운 10년,20년 안에는 노동인력도 줄 테고, 인구수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저출산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 양육에서 가장 큰 고민과 두려움이 교육비 부분인 걸 생각하면 다산정책을 위한 캠페인성 홍보와 조기입학정책은 근본적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만5세 취학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취학연령을 낮춘 이유가 아동들의 빠른 성장발달을 고려했다고 해도 신체적 성장과 학습준비의 적정연령이 결코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정부에서 시들해져 버린 조기입학은 이제 학부모들에게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입학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추세다.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비싼 사립유치원 대신 공립유치원을 보낼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과, 애 하나 낳고 받는 출산보조금 20만원의 순간적 달콤함 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보육에 대한 재정 지원인 것이다.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유아교육재원 및 투자는 OECD기준 18.7%에 비해 한참 높은 51.3%를 학부모 부담으로 지우고 있으며, 국.공립유치원보다 사립유치원 비중이 월등히 높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하는 묵직함이 있어야 한다. 가령 만5세아 취학이 적합한지의 판단을 10년 후로 설계하고 종단연구나, 실제로 조기입학을 했던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설문, 토론회, 공청회를 통해 득과실을 냉정히 따져 본 후에 시행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영어광풍, 국제중학교, 자사고, 특목고 그리고 대학에 보내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은 이미 수억 원대를 넘어섰다. 경쟁만이 최고의 교육가치인 현재의 공교육에서 인간화, 협동,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폐기되어가고 있다. 천문학적 사교육비를 생각해 보자.과연 비용대비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크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저 출산 해결 방안의 첫걸음은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특히 유아보육과 교육에서부터 대학 교육까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무상교육실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조기입학을 전제로 한다면 보육시설을 포함한 유아교육의 무상교육과 함께 공교육시스템으로 재편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저임금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압살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 발표된 ‘저 출산 대응 전략’은 결국 새는 항아리에 죽어가는 물고기를 몰아넣는 형국이다.

2009년 11월 27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