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의 징계 중단을 촉구하는 강원지역시민·사회·노동·정당·학부모 단체 기자회견문>

강원도교육청은 동해교육청 4인의 교사에 대한 징계를 당장 중단하라

일제고사를 보지 않겠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의 초등교사 7명이 파면·해임을 당했다. 강원도에서도 동해교육청 소속의 초등교사 4명에 대한 중징계 음모가 진행 중이다. 전집평가도 아니고, 표집학급도 아니었던 학급에서 일제고사 대신 수업을 했다는 것이 징계사유의 전부다.

정당한 교육행위를 징계 위협으로 협박하는 강원도교육청에 묻는다. 교사의 교육적 양심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이 나라는 과연 민주국가인가.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미국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다른 나라 사례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정부의 이런 주장이 모두 의도된 거짓이거나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001년에 ‘낙제학생 방지법(NCLB)’을 도입한 이후 일제고사(Statewide and Districtwide Assessments, Standardized Testing and Reporting, STAR)를 주 또는 교육구별로 실시하고 있다. 별도의 학력평가나 전국 단위 사설 시험을 치러 그 결과를 공개하고 성적에 따라 지원을 차등하는 등 경쟁을 유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미국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일제고사 격인 표준화 시험(Standardized Test and Research, STAR)은 학부모가 시험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다. 미국 각 주에서는 일제고사를 치르기 전에 학부모에게 시험에 참가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고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시험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에게 그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 특히 일제고사 시행 지침에 이를 명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이러한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안내하지 않은 학교나 교사가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 일제고사의 모델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일제고사 참가는 의무가 아니라 학생 선택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영국은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존재하지만 성적 공개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은 2007년에 일제고사를 부활했지만 시험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프랑스는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없고 심지어는 대학입학 자격시험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교육선진국인 핀란드나 스웨덴 등에는 아예 일제고사가 없다.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일제고사를 강요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강원도교육청 주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수 평가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는 그 본질부터가 다른 것임에도, ‘서울교육청이 했으니 우리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허무맹랑한 정치적 줄서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금 도내 언론들은 ‘한장수 교육감의 차기 도지사 출마설’을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MB정권의 하수인 공정택, 공정택의 배후 조종 한나라당에 빌붙지 않고서는 출마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이 ‘중대사안’으로 부각된 까닭 또한 거기에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한장수 교육감, 당신은 제발 강원도 교육계를 떠나라. 아니 강원도를 떠나라. 우리는 전교조 강원지부의 투쟁을 지지하며 끝까지 연대하여 싸울 것이다. 6천여 명이 넘는 강원도민들이 징계의 부당성에 동의하며 탄원서에 서명하였다. 만약 한장수 교육감이 이런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교육감 퇴진 운동은 물론 그가 강원도에서 그 어떠한 정치적 행동도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 또한 2009년에 실시되는 세 차례의 전국단위 일제고사 및 도 단위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부모 모임을 조직하여 보다 광범위한 거부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힌다.

우리 강원지역의 시민·사회·노동·정당·학부모 단체들은 강원도교육감에게 요구한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4명의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강원도민의 이름으로 강원도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그 어떤 징계도 원천 무효임을 선언한다.

2009년 1월 15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강원학부모회(준), 강원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내 40개 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진보신당 강원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