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부모회의 정치적 도구화, 학부모 선진화 방안을 우려한다

지난 8월 13일 교과부는 ‘학부모 정책의 청사진 제시’ 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5개 권역별 공청회를 거친 학부모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8월부터 9월까지 지역별로 5차 공청회를 진행했다고 하나 차수 조작설과, 학부모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학부모회를 정치적 들러리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11월 10일 발표된 학부모정책 추진방향 역시 기존의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법제화보다는 전국의 우수학부모회를 지원금 (100억)중심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교육현장의 학부모참여에 대한 실질적 고민의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판단된다. 우려되는 몇 가지 지점을 짚어보자면,

첫째 학부모회에 대한 기존의 문제의식이다.

학교 학부모회는 그동안 각종 불법찬조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대표급 임원의 회비조성,교장과 학교 행사에 공공연한 지출과 회비 공개조차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아 학교장의 임의단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학부모회는 대부분 모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며 각반의 대표가임원이 되는 구조로, 사실상 맞벌이거나 학교에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학부모는 참여가 어려운 구조다. 저녁시간에 자녀교육 강좌를 한다면 먹고살기 빠듯한 맞벌이 부부에겐 또 하나의 고역이지 않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교과부가 나서서 학부모단체를 확대, 활성화하도록 장려하며 각종 자녀교육 정보 및 학부모 교육을 지원한다니 의도는 환영이되, 그 대상이 정말 ‘대다수’ 학부모가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교장과 뜻이 맞는 학부모회 중심의 퍼주기식 예산낭비이며,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의식한 학부모회 들러리 만들기이다.

둘째 학부모는 잉여인력이 아니다.

교과부 정책이 그간의 학부모회 활동이 형식적이어서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꾀하는 것이라면, 학부모회 양적인 확대와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간의 일상적 소통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의 불필요한 의무감만을 은연중에 부추기지 말고 제대로 된 학교지원에 100억을 쓰길 바란다. 전국단위 450명의 학부모 모니터단이 6개월이라는 한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기대하는 어떤 정책을 건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과연 그동안 학부모의 정책제안이 없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는 것인가?

정부의 학부모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늘어가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비정규직학부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소외감을 불러 올 것이다. 녹색어머니회, 급식당번 등 무상노동을 제공한 학부모는 이제 또 엄마품멘토링, 진로지도교육을 통해 그 의무를 다해야 하는가?

셋째 학부모회를 통한 교사평가

대다수 학부모들은 공교육 확립과 올바른 학부모회 운영에 꼭 ‘다수’의 학부모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법적 제도화와 불투명한 재정 및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학부모회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있다. 또한 학부모회 활성화를 통한 교원평가와 수업의 공개는 교사, 학부모간 대립과 교사통제에 대한 명분이 될 것이다.

이처럼 온갖 자원봉사를 강요하는 수준으로 학부모회를 활성화하고, 교사/학부모간 반목을 불러 올 것이 뻔한 학부모정책 활성화는 결국 입시위주의 성적지향 학교현장에 또 다른 이질적 집단을 양성할 것을 우려하며 다음 사항을 요구하는 바이다.

-. 학부모회에 대한 지원보다는 기존 학부모회의 투명한 운영을 제도화 하라!

-. 학교운영위원회를 법제화하라!

-. 학부모리더 양성은 또 다른 학부모간 서열을 만든다. 교사와 학부모의 일상적 소통과 대화가 가능한 학교환경을 원한다!

-. 지원예산 100억을 차라리 학교수업준비물 예산으로 편성하라!

2009년 11월 11일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