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사 수능필수 과목지정 시도 중단하라!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논설실장 간담회에서 “역사 과목은 (학력) 평가기준에 넣어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에) 반영시켜야 한다”며 역사교육 강화 필요성을 거론한 이후로 한국사 과목의 수능 필수 문제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23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여부 등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또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국사 과목을 수능 필수과목에 포함하도록 하고 학교의 장은 대학입학전형에서 국사 과목을 반드시 반영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까지 한 상태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젊은 층의 역사인식이 부족하고 역사에 대한 관심도 낮...은 수준인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사가 수능 선택과목이라 학생들의 관심이 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역사인식의 고양을 도모할 수도 없고 오히려 대학입시에서 암기과목이 더 늘어나는 것이기에 결국 공부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힘들게 된다. 즉, 지금도 영, 수, 국 등 수능에서 비중이 큰 과목의 사교육비 지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여기에 국사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한편 한국사 수능과목으로 지정으로 역사인식 고양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이다. 현재의 입시제도하에서는 한국사과목을 빼던 넣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예로 2005학년도 수능 때 국사 과목을 공통필수에서 인문계 선택으로 바꾸고, 2011녀부터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서 한국사를 한두 학기 만에 '벼락치기'로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났다. 심지어 일주일에 5시간씩 몰아서 1학년 1학기에 다 끝내는 학교도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어도 진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학생들은 "수능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요구하는 서울대에 지원하지 않는다면 배울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항변한다. 또 정 또 정말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를 선택하려고 해도, 서울대 지망생과는 도저히 '게 임'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학생도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사를 수능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학생들은 한국사를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를 위해 학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들은 성적을 높이기 위한 무한반복의 문제풀이 수업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을 그대로 둔 채 집중이수제와 같은 반교육적인 정책으로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만들거나 방조해온 자들이 이제 와서 청소년, 학생에게 역사의식이 낮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높이고 싶은가? 정말로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갖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입시경쟁교육을 폐기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사들을 충원하라! 그것이 한국사는 물론 다른 모든 과목들도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흥미롭고 즐거운 학습이 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또한 우리는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 이면에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의 통제, 국수주의 위험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에 교육에 대한 강조가 자칫 세계화시대! 세계시민으로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기 보다는 편협한 민족주의 심지어 국수주의를 강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근대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에 있다.
다시 강조하던데 한국사 수능필수 과목지정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며, 역사의식 함양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사 수능필수 과목지정을 위한 일말의 움직임도 즉각 중단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수능과목 지정이 아니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학생들을 경쟁교육의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2013년 7월 25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