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예 노동조합을 부정하려 하는가?
  [ 한나라당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081202
 
 지난 10월 22일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들은 제안 이유로 교원의 직무 및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아예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안에는 교섭 및 체결권한의 사항을 임금, 근로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한 것에서 보수, 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것으로 변경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비교섭사항’이라는 것을 신설하여 정책결정, 임용권 등 기관의 관리 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개악안이다. 지금도 교원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이 없는 등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교섭사항에서 ‘임금’을 ‘보수’로 ‘근로조건’을 ‘복지’라는 표현으로 바꾼것에서 확인되듯, 노동조합을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즉 이들이 말하는 교원의 ‘특수성’이란 실상은 교원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교섭대상을 제한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교사들에게 국가권력이 시키는 대로 체제순응적인 국민들을 만들기 위한 존재, 즉 과거처럼 권력의 시종이 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있다

제출된 안에 따르면 사용자 즉 교육과학기술부장과, 시 도교육감 또는 사립학교 설립 경영하는 자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이 단위학교에 주어진 자율권을 침해함이 명백한 경우에 그 효력을 배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비록 그 단위학교가 외국인학교 및 경제특구등의 외국교육기관으로 되어 있으나, 이 조항은 곧 모든 학교로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앞의 내용과 결합되어 교육정책, 학교운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를 막겠다는 것이며, 무엇보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운영에서 교육의 실질적인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를 배제시키겠다는 것이며, 특히 교사를 배제시키는 방법으로 단체협약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안에 따르면 기존의 법률 중 6조 4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삭제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관계 당사자는 국민여론 및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여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된다’ 이다.
그런데 교육정책은 단지 사용자와 교원에게만 해당되지 않으며, 학생, 학부모 등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서 여론수렴과 참여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하고, 게다가 노동조합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사립학교 재단 등 사용자 편의대로 교육정책이 관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의 시장화 서열화는 우리의 미래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개안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이명박정권의 반교육적인 학교시장화정책 즉 미친교육정책의 연장선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명박정권은 0교시, 야간자율학습 부활로 상징화되는 4.15학교자율화정책 즉 학교학원화정책부터 일제고사부활까지로 극명히 표현된 학교서열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국제중, 자립형사립고 등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 설립이 놓여 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반면 소수의 가진자들은 돈을 무기로 입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었다.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까지 만들어, 이제는 교육마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덩달아 사설학원과 각종 특목고 그리고 대학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 향유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교육시장화정책을 지속, 확대시키기 위해서, 자신들이 보기에 최대의 저항세력인 교원노조 즉 교육노동자들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교원평가제 도입과 국사교과서 편향 논란에서 확인되듯이, 교원과 교육과정마저도 모두 자신들의 입맛대로 주무르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세대, 즉 단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장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러한 시도는 곧 거대한 반대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 ‘리틀 이명박’으로 불리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행태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공정택 퇴진운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정권의 교육시장화정책 또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정으로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걱정한다면,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노동3권부터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말로는 학습권 교육권 운운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학부모의 권리라는 것은 상위 1% 특권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개악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택이 그러하듯 이제 곧 퇴진운동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