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는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탓을 멈추고, 모두의 존엄을 존중하는 학교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

-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신 A초등학교 선생님을 애도하며 상실과 슬픔을 함께 짊어진 동료 선생님들께도 위로를 전합니다. 아울러 학교구성원 모두의 존엄이 존중되는 학교공동체를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 모두가 가슴 아프게 애도하며 대책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에 책임을 전가하고 교육계를 갈라치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Ⅰ.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1년 8월 3일. 서울 시민 9만7천702명의 동의 서명으로 발의·수리 되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학생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인권 감수성은 더 높아져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 요구의 반영이고, 최소한의 보편적 우산인 것이다. 최소한의 보호 틀이 무너진다면, 학교 구성원 간 불신은 더 커질 것이고, 부당함에 대한 저항은 더 극렬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의 인권까지 함께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Ⅱ. 학생인권과 교권 모두 특정 진영의 전유물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소위 진보교육 진영이 학생인권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정치쟁점화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 첫째. 2012년에 당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일부 교원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서울교권보호조례(곽노현교육감)’ 공포를 반대하며 대법원에 소송을 걸어 시행을 가로막았다.

● 둘째. 지난해(2022년) ‘교육활동 부당간섭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활동보호 조례안’(교권보호 조례안)을 서울시교육감이 발의했고, 2022년 9월 입법 예고까지 되었으나 서울시의회(국민의힘 다수)에서 제동이 걸려 시행되지 못했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사의 기본권과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입법과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가로 막았던 교육부장관과 여권에서 초등교사의 가슴 아픈 희생을 놓고, 자기 반성도 없이 학생인권 축소가 대안인 것처럼 내세우는 태도에 더할 수 없이 참담하다. 근본적인 핵심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고 면피해서는 교육 위기의 비극적 결말을 피하거나 학교 구성원들의 존엄을 지켜낼 수 없다. 지금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면피를 위한 제물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교사 지원 시스템이다.

Ⅲ. 현교육부의 주장대로 학생인권조례가 정말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에서 그에 합당한 차이가 나야 한다. 관련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가장 최신 자료로 2020년 7월 27일 국회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발표한 '2016~2019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을 살펴보면, 해당 조사 기간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던 곳은 경기, 광주, 서울, 전북 등 4곳이다. 이 4곳 가운데 2016년과 2019년 4년 사이 추이를 살펴보니 서울(585→442), 광주(92→73), 전북(88→86) 등 3곳은 오히려 교권침해가 줄어들었다. 경기 지역(500→663)만 늘어났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던 서울, 광주는 모두 교권침해 사건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지 않던 대구(129→156), 인천(66→148), 울산(78→79) 등 3개시는 오히려 교권침해가 늘어났다.」

Ⅳ. 현재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무 조항이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서울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이 타인과 스스로의 인권 모두를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4조(책무)>
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Ⅴ. 주민 발의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검토와 서울시의회의 결의로 2012년 1월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이하 조례)는 폐지하면 안 된다는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1. 조례는 「대한민국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제정되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것은 상위법에 위배된다.
2. 조례가 폐지될 경우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에서 더 큰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3. UN의「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
4. 헌법재판소는‘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3조제1항 등 위헌확인’ 판결에서 조례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5. 서울행정법원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청구’ 판결에서 동 조례는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학생의 권리를 열거하여 학교생활과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인권 보호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일 뿐, 학교 운영자나 학교의 장, 교사 등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동 조례의 내용은 이미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UN의「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학생의 인권에 대해 규정된 사항을 확인하는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 하였는 바, 법률유보원칙에 대한 위배는 없다.

Ⅵ. 정부가 해야 할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교육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정부는 교사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교사가 모든 것을 감당케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사회성 지체 및 소통 불안정 문제는 전국, 전 학년에게서 나타나고 있고 당연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학생과 교사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어떤 메시지도 없었고, 구체적 지원책도 없이 고스란히 교사 개인에게 맡겼다.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에서 늘 상위하는 응답이 ‘아동·청소년 발달과 정서 이해’, ‘부적응 학생 지원’ 등 임에도 정부는 지원을 외면하고 교사 개인에게 맡긴 채 홀로 교실에 서게 했다. 교사와 전문가를 늘려 다중지원 체계를 만들어도 모자랄 상황에 국가는 교사 정원을 줄이고, 새로운 업무를 부과하고, 교사들 간 경쟁 정책도 강화했다. 정부가 극단의 교육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Ⅶ. 지금 학교는 아프고 아프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미래 사회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 시대에나 유효했던 교육 관점으로 정책들이 수립되고 있으며, 뒤틀릴 대로 뒤틀린 과도한 경쟁 교육 체제에서 학생도, 교직원도, 학부모도 유의미하지 않은 경쟁을 강요받으며 아파하고 있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 손을 쓰기에 너무 방대하여 늘 미봉책으로 꿰매어 왔던 과오가 있더라도 이제는 그 아픔을 직면해야 한다. 진정한 학교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진단과 면밀한 대책 수립을 요청하며, 극단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과의 진정한 소통을 병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애먼 학생인권조례를 탓하지 말라!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