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인간 쥐덫을 놓다
[6월7일/1신:오후2시] 문화연대 주최 '인간 쥐덫 1인 시위' 이색 이벤트 화제
2008년 06월 07일 (토) 15:20:49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미국산 쇠고기 반대 72시간 릴레이 시위 3일째인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인간 쥐덫’이 놓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쥐’로 표현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인간 쥐덫 1인 시위'가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30여명의 시민들은 오후 1시 30분 경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각종 피켓을 손에 들고 2시부터 보신각 주변을 빙 둘러싸며 시위를 벌였다.

‘이명박 쥐 잡는 인간 쥐덫 놓는 1인들’이라고 칭한 이들은 약 3m 간격으로 한 사람씩 서서  미리 준비해온 피켓을 들었다.

   
▲ 약 3m 간격으로 벌어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 '청소년을 동등한 주체로' 피켓을 든 한 여학생

 

 

 

 

 

 

 

 

 

 

 

 

 

처음 1인 시위를 제안했다는 한지혜(18) 양은 “사람들이 다 쥐덫”이라며 “청소년을 동등한 투쟁의 주체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위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지혜 양은 여중생을 보호해야 할 이미지로 그리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경찰에 연행됐는데 기사에 ‘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여중생’이라고 나왔습니다. 여중생을 약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보도한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한 적 없어요. 그런 것에 대해 청소년의 정치 참여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같이 얘기해보자는 생각에서 ‘인간 쥐덫’ 1인 시위를 제안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청소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따이루(16)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학생은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세계는 지난 50~60년 동안 어른들이 만든 것 아니냐. 오히려 그 사람들이 할 말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어리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라, 너희들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어이없다”고 말했다.

따이루 군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경쟁을 통해 성장을 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도 충분히 대한민국의 경쟁은 엄청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은 경쟁을 줄이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펴니 답답하고 한심하고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 어느 쥐의 이야기란 제목의 이색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청소년

   
▲ 이색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 참가자

 

 

 

 

 

 

 

 

 

 

 

 

 

인간 쥐덫 놓기라는 독특한 발상에 맞게 톡톡 튀는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어떤 쥐 이야기: 영어만 좋아하는 너는 어륀쥐. 거짓말로 쇠고기 수입하는 너는 미친쥐. 땅 파는 데만 환장한 너는 두더쥐.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너는 박쥐. 자꾸 그러면 뒤지쥐. 그만하쥐”

“MB에게. 100일이야, 헤어져”

“미친소랑 국민건강권 바꾸더니 돈(이윤)이랑 물, 전기, 교육, 의료, 가스, 국민 생존권을 바꾸려는 2MB! 진정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CEO ㅠㅠ”

“쥐 잡으러 종로에 내가 왔다. 쥐박아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셈”

   
▲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노래 후 "이명박은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 참가자들
그렇게 약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갑자기 누군가 “이명박을 잡아라! 찍찍찍”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소리가 들리자 3m 간격으로 벌어져 서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보신각 앞으로 모여 들었다.

한 곳에 모인 이들은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노래를 부른 뒤 “이명박은 퇴진하라!”를 외치며 일제히 흩어졌다.  

그렇게 독특한 ‘인간 쥐덫’ 1인 시위는 끝났다.

72시간 철야 촛불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색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