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시정질의를 막고
시의회를 파행시킨 김현기 의장과 국민의 힘 서울시의원들을 규탄한다.

서울시의회는 작년 겨울부터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볼모로 해 자신들의 권력놀이를 일삼았다. 인권과 민주주의, 생태전환, 노동이라는 글자들이 들어 있는 예산은 모두 칼질을 하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연결지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들은, 아이들의 예술활동과 체험학습을 지원하던 예산은 0원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학교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연간 교육활동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파행을 겪었다. 모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 백 몇억을 확보했다며 버젓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동안 서울교육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서울시의회 국힘교육위원들의 일천한 경험과 천박한 교육관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학교 구성원은 합법적인 부부만 성관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황당한 조례부터, 동성애를 조장하고 교육권을 위협한다는 괴담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수리 통과시키려 하고, 초법적인 성적공개를 강요하는 조례로 교육계를 흔들어 놓더니, 농어촌교류 사업이 방만하다는 생뚱맞은 이유로 기후위기를 앞에 두고 생태전환교육지원 조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이 작금의 국민의 힘 서울시의회다!

오늘, 319차 정례회는 지난 시기 예산 파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경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자리다. 당연히 교육감은 추경안에 대해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쟁점이 있으면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김현기 의장은 조희연 교육감의 시정연설문에 ‘학생인권조례’와 ‘생태전환교육’지원 조례 폐지를  우려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고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시정연설 기회를 박탈하겠다고 협박을 하며 정회를 선언, 의사일정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 서울시민들과 교육주체들은 서울시의회의 막장드라마를 도대체 언제, 어디까지 봐야 하는가!

체르노빌, 후쿠시마, 자포리자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캐나다와 호주 산불, 40도에 육박하는 시베리아 툰드라의 여름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생태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묻고 싶다. 인권과 생태적 대전환을 위한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인가? 오히려 더 필요한 게 없는지, 격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나라 보수 정치인의 인문학적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서울시의회에게 엄중하게 촉구한다.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 시민이 뽑은 교육감이다. 국민의 힘 시의원들만 시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의회민주주의의 꽃은 대화와 타협이고 토론과 조정이다. 설사 서로 아쉬운 점이 있다하더라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흉내라도 내어야 할 것 아닌가! 88만명의 학생들 앞에서 모법을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모습은 삼가야 할 것이다.

33%의 어린 아이들이 발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소년들 중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최근 3년 간 60%가 넘게 늘었다고 한다. 학교는 위기 상황들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늘고 있다.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편이다. 정녕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은 서울시의회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2023.06.12.
서울교육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