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씨는 지난 해 영덕초등학교 석면 해체 제거 공사를 앞두고 교장 선생님의 부탁을 받아, '평등교육실천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시민단체 위원으로 학부모 모니터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를 두고 '저 양반 말은 틀린 데가 없어서 아무도 반박을 못한다'는 칭찬인지 비판인지 모를 평이 동네에 자자했다. 김씨는 겨울을 앞두고 뜨개질 하는 엄마들을 설득해 동네 길거리 나무들에게 털실 옷을 입혀 준 장본인이었다. 


어떤 학부모

작년 12월 5일. 영덕초등학교에서 석면해체·제거 사전설명회가 열렸다. 학부모 모니터링단 멤버들과 공사 계획이 발표됐다. 그런데 김씨가 강하게 항의했다. 현장에 들어가 보는 날짜를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겠냐며 항의했다.

모니터링하는 학부모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는 학교 측 설명이 먹힐리가 없었다. 그는 말을 듣지 않고 매일 찾아와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12월 13일. 급식실의 배기팬후드를 떼는 과정에서 석면이 포함된 천정 텍스가 뜯어진 현장이 영진 씨에게 발각됐다. 

그는 사안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 바로 경찰을 불렀다. 자신은 급식실 천정에서 떨어진 석면 잔해들을 찾기 위해 동네 폐기물처리장과 쓰레기 집하장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잔재물은 학교지정장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래도 폐기물 처리절차는 지킨 덕분이었다. 그러나 영진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부모들에게 이 상황을 심각하게 알렸다. 

12월 23일, 영덕초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 앞에 모여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의 원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학교가 술렁였다. 저 극성스러운 학부모 한 명 때문에 학교에 난리가 났다는 비난들이 들려올 차례였다.    

어떤 솔직한 총 책임자

작년 12월 16일. 김경호 영덕초 교장은 출장을 갔다 오는 길에 급식실 천장텍스가 깨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석면이 유출됐다는 보고를 받은 공사의 총 책임자는 즉각 급식실을 폐쇄했다. '석면해체공사 하기 전에 학교를 옮겼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열성적인 학부모들의 바람을 그냥 지나친다는 건 더더욱 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영덕초의 교장은 교직의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날 바로 상황파악에 나섰다. 떨어진 잔재물을 찾아내고 사업자에게 경고했다. 학부모들, 교육지원청 관계자와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수습을 논의했다. 학부모 모니터단이 급식실 잔재물의 전자현미경 검사를 원했다. 경호 씨는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교육장을 찾아갔다. 그리곤 이 모든 과정을 알렸다. 홈페이지에 석면 공사 전에 학교를 옮길 생각도 했었다는 총 책임자의 솔직한 심정이 게시됐다.

행정실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학교 홈페이지를 석면해체공사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비하고 모든 내용들을 게시했다. 학교장터에 전자현미경 검사 업체를 찾는 입찰공고가 올라갔다. 모든 일들이 운동장에 가져다 놓은 콘테이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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