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필요없어" …남미에서 퇴출 임박

브라질· 아르헨티나 "헤알과 페소로만 결제"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국제 금융거래의 기축통화로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상징해온 달러의 위상이 남미에서도 무너지고 있다. 남미의 양대 경제대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8~9월부터 양국의 무역거래 대금 결제 수단으로 미국 달러화 대신 양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최종합의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향후 남미 단일통화 창설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관련 기사: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를 몰아내고 있다" )

호르헤 타이아나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오는 8~9월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 간의 무역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브라질의 헤알(Real)화와 아르헨티나의 페소(Peso)화를 쓰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자국 통화 사용이 앞으로 남미 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비롯한 남미 전 지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르코수르(Mercosur)는 1991년 창설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 우루과이 4개국이 정회원국이며 칠레 ·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이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경제연합체다. 메르코수르 회원국간 교역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 남미의 경제통합 움직임이 실질적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 사진은 6월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들이 함께 한 모습.ⓒ로이터=뉴시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간 자국 통화 사용 논의는 6년 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당시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의해 처음 논의되면서 2005년 7월부터 공식적인 협의에 들어가 2006년 룰라 대통령과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간 합의가 이뤄졌다.

남미 경제독립에 실질적 진전

아르헨티나 일간지 < 파히나(Pagina) > 와 스페인 < EFE > 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환전 등의 불편 없이 국제 거래를 할 수 있게 돼 양국 간 경제교류가 대폭 늘고,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간의 교역 규모는 한·일 간 교역(827억 달러)의 3분의 1 이하인 250억 달러에 그쳤지만 올해는 양국 간 통화 장벽 완화에 힘입어 최소 3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의 헤알화가 연일 절상되고 있어 브라질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 1년 새 1달러당 1.94헤알에서 1.60헤알로 약 18% 절상되면서, 해외 결제 대금을 달러로 받아오는 기업들은 환차손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남미의 경제독립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남미은행(Banco del Sur)과 남미국가연합(UNASUR)을 통해 남미를 유럽연합(EU)처럼 경제·정치 공동체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더욱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미은행, 내년 공식 활동 돌입

앞서 지난달 27일 남미은행에 참여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 7개국 경제각료들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의를 열고 남미 국가들의 국제금융기구 역할을 하게 될 남미은행이 내년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의에서 100억 달러의 초기 자본금 조성방안도 확정됐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20억 달러씩, 우루과이와 에콰도르가 각각 4억 달러, 파라과이와 볼리비아는 1억 달러씩 부담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30억 달러는 칠레와 페루 등 남미은행 합류가 예상되는 국가들이 내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5월 공식 출범한 남미국가연합 12개 회원국들이 모두 남미은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앞으로 자본금을 200억 달러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미은행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대신해 남미 지역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남미 스스로 역내 은행을 만들어 경제 주권을 확보하자는 것을 창설 취지로 하고 있다.

한편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지난 6분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가치가 계속 하락한 가운데 전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율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0일 밝혔다.

IMF에 따르면 국제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율은 지난 1분기 말 약 63%로 지난해 12월말의 64%보다 1% 포인트 더 떨어졌다. IMF에 보고된 각국 외환보유고 총액 4조3223억 달러 가운데 달러화 표시 외화는 2조7230억 달러로 62.99%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