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진보교육감 1!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교육주체들의 지난한 투쟁이 만든 진보교육감

 

201062일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거에서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 서울의 곽노현 교육감, 광주의 장휘국, 경기도의 김상곤, 전라북도의 김승환, 전라남도의 장만채, 강원도의 민병희 등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이들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결코 그 개인들의 정치적 성과일 수 없다. 그것은 매우 복합적인 요인의 산물이며, 특히 MB교육정책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국민대중들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바로 교육주체들의 지난한 투쟁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른바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그동안 교육시장화에 맞서 싸운 교육주체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정부의 등장에 함께 부활된 일제고사로 인해 파면 해임을 당하면서도 결연히 맞선 전교조 교사들의 투쟁, 일제고사반대 체험학습 참여, 자사고 반대서명, 교원평가 반대선언 등 청소년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 그리고 삭발과 단식을 마다 않고, 귀족학교 설립반대, 일제고사 중단, 전교조 탄압중단 등을 외치며 거리와 학교에서 불철주야 투쟁해온 평등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실천이 있었다.

 

 

부분적 성과들

 

지난 1년간 진보교육감들은 그간 교육주체들이 열망하고 요구했던 것들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무상급식의 도입과 확대이다. 보수세력의 참주선동에도 불구하고 이제 급식은 당연히 국가가 제공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록 서울 등에서는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2011년 현재 229개 시군구 중 181곳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고, 이후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의 실험도 진행 중이다. 2009년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초중고 13개를 혁신학교로 지정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핵심공약이 되었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267개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혁신학교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입시위주교육정책으로 인한 교육과정의 획일성과 위계적이며 전근대적인 학교문화에 대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염증과 개혁의 열망 때문이다. 물론 혁신학교가 대학서열체제와 입시제도의 변화 없이 그것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중 하나인 자율학교라는 법제도에 근거하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에서의 실험과 성과는 향후 대안적인 학교의 상을 구체적인 현실모델로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학생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진행되고 있다. 체벌금지를 전면화하고 학교생활과 관련한 제 규정을 단위학교에서 정할 수 있게 하기도 하였다. 또 경기도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도 하였다. 학생인권은 입시위주 교육과 위계적인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보장될 수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에 대한 야만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학생인권조례를 시작으로 하여, 학생들을 훈육가 통제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 설정하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그 외에도 온갖 비리를 양산해왔던 각종 관행과 악습을 폐절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인사방식을 전환하고, 교육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존재하였다. 한편 교육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기제들도 부분적으로 도입중에 있다. 각종 위원회로 표현되는 거버넌스가 그것인데, 일부 지역은 조례를 통하여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문이상의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그 법률적 효력은 상당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간과할 수 없는 한계와 오류

 

MB교육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진보교육감등장의 근본적인 동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가 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름은 진보교육감일지 모르나 그 정체성 또한 진정 진보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는 주요 현안에 대한 태도로도 이미 확인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이다.

 

일예로 일제고사의 경우 작년 7월 서울시교육청의 태도가 그러하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일제고사를 하루 앞둔 712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학교는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요지의 공문을 내렸다. 그런데 시험 당일인 713시험선택권을 부여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하지 말 것’ ‘응시거부의 선동이나 독려로 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내렸다. 이로서 학교현장은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비록 이후 201012월과 20113월 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의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이들 6개 지역의 경우 교사의 자율적인 진단평가를 허용하라하는 식으로 공문을 내리기도 하였지만 이는 한계적이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장 등 관료들의 주도하에 공문과는 무관하에 일제고사로서 진단평가가 시행되기에, 교사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지역사회와 학교 및 학생의 상황에 맞춘 진단활동은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학생들의 시험 부담, 특정 과목 위주의 교과 강조, 정상적 교육과정 왜곡 등의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보면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던 후보시절의 공약은 여전히 이행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113월 일제고사와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곳은 강원교육청 한곳에 불과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일제고사가 반교육적인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었다면 당연히 시도교육청 주관 일제고사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었다.

 

교원평가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22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교과부는 교원평가의 집행을 게을리한다고 판단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것임을 밝혀 일부 시·도교육청이 동료 평가를 폐지하거나 서술형 평가만으로 대체하려는 흐름에 제동을 하겠다고 선전포고 하였다.

 

그 결과 경기도교육청도 최근 교과부의 지침을 최대한 수용한 교원평가계획을 확정했으며, 강원도교육청도 대통령령에서 제시한 큰 틀을 수용해 평가지표 등을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과학기술부 지침대로 서술형 평가와 5점 척도 평가를 병행하기로 했다. 또 평가 결과를 교사들의 맞춤형 연수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외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5점 척도의 정량 평가 대신 서술형 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실상 교과부의 지침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비해 전북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 계획안 시정요구를 거부키로 하였다.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4월 교과부의 교원평가안이 전북교육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이른바 김승환 교육감형 교원평가안을 자체 마련해 교과부에 올렸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교원평가를 체크리스트식으로 하고 부적격 교사는 의무적으로 연수를 받도록 하는 교과부의 평가안과 배치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당초 교과부의 시정요구안을 일부 수용할 예정이었으나 전교조 간부들이 426일부터 교육감실 앞 접견실에서 시정요구안 수용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자 교과부의 요구를 거부키로 했다. 결국 이른바 6개 진보교육감 진영 중 전북을 제외하고 교과부안을 따르게 된 것이다.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와의 결합이다

 

일각에서는 진보교육감의 이러한 행보는 그들의 오류이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옹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육은 지방분권화보다는 중앙집중화 현상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이나 재정운영 등에 있어서 교육감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시도나 교과부의 교원평가 전면실시 발표 등이 보여 주듯이 중앙정부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그런 구조적인 한계를 몰라서 교육감에 출마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감 개인의 능력으로 교육감이 된 것이 아니며, 더욱 중요하게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했다는 점에서 이미 일정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법적·제도적 권한도 일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에 대하여 일정 수준에서는 제동을 걸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을 뽑아준 국민대중들의 열망과 요구에 얼마나 충실하고, 동시에 개혁을 위한 진정한 동력인 시민사회의 힘을 믿고 함께하는가에 있다.

 

또한 일각에서처럼 자칭 타칭 진보적인 인사 몇몇이 제도정치권이나 행정관료로 선출된다고 해서 마치 세상이 바뀔 것처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과거에서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사회를 바꾸는 것은 대중들의 행동이다. 지난 4년간 일제고사, 자사고, 교원평가 등 경쟁교육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저항, 학부모들의 저항, 학생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과연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겠는가?

 

때문에 이들 진보교육감들의 실험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대중들의 행동이며, 그것만이 교육관료들의 사보타주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동인이 될 것이다.

 

진보교육감 시대! 교육개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진보교육감들이 후보시절 맺었던 공약을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욱 중요하게 진보교육감들이 MB 정부의 막가파식 압박을 견디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아래로부터의 힘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시민사회와의 결합이다! 그렇다! 진보교육감1!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11630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