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원 서

 

 

지난 201111월 말 우리는 믿을 수 없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8살의 고등학생이 어머니를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썩을 때까지 방에 둔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입니다. 언론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공통적인 것은 그 학생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으며,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어머니로부터 오랫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해왔다는 것, 그리고 지난 20113월 결코 있을 수 없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존속살해 그것도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은 선정적인 보도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반인륜적인 만행, 천인공노할 범죄 등등 온갖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 비극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이와 유사한 비극들이 존재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일예로 20005월 부모의 스파르타식 교육과 폭력이 낳은 명문대생 부모 토막 살인사건이 그랬고, 200910월 한 대학생이 집으로 배달된 학교 성적표를 보고 꾸짖는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하고 4개월 동안 집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그랬으며, 20101013살 중학교 2학년생이 판검사가 돼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와 꾸중,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모두 숨지게 한 사건 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성적에 대한 압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압박이 단지 위에서 언급된 사건처럼 몇몇 특수한 사례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다행이 극단적인 상황을 면하고 있을 뿐이지 한국사회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대립하고 증오하는 갈등관계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본적 원인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구조 때문입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에 따라 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심지어 자신의 자녀들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리고 악무한적인 경쟁에 내몰리면서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눈앞에서 자신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교사들, 부모 그리고 경쟁자인 동료학생들에게 그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 오른 학교폭력도 결국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의 산물이며, 실상 이 폭력적 관계는 학교만이 아니라 가정으로 이어집니다.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부모의 바램은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인격적 모독을 포함하는 폭언으로, 각종 통제로 심지어는 자녀에 대한 육체적인 학대로도 이어집니다.

이런 측면에서도 학부모도, 아이도 모두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의 희생자들입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한 실상 잘못된 경쟁교육의 피해자이듯이,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도, 그 부모를 증오하게 되는 아이들 모두 피해자들입니다.

 

물론 그 어떤 이유로도 부모를 살해한 행위 자체는 용납될 수 없으며,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피의자 또한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구조가 만든 희생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우리 학부모단체는 위 사건 피의자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다시 이 같은 비극이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