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조진희 (서울영일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우리가 바라는 학교

학부모는 아이의 담임교사를 기준으로 학교를 보는 눈을 갖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서 있었던 일을 말하거나 숙제나 가정통신 등으로 교사를 만난다. 교사를 직접 만나는 인간적인 소통이나 상담의 공간보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교사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교사들은 이른바 아이들을 잡아서 학습력을 상승시키는데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 금지된 체벌도 종종 일어난다. 어떤 교사들은 인성교육과 다양한 활동에 관 심을 가지면서 소란스러운 교실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학습력은 덜 신경쓰게 되 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초등 학부모들이 바라는 학교와 교사는 인권을 훼손하지 않 고, 무리한 학습부담을 주지 않고 친절하고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학교는 갈 만한 곳이 라는 마음을 아이에게 갖게 해주는 것이리라.

애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 고 당장 과목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선생님들부터 ‘학습’, ‘학력’을 중심으로 학생을 대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먹는 위탁 급식 맛이 없어 매점으로 돌진하다 늦게 돌아오면 체벌, 귀걸이에 네일아트까지 초딩들은 간섭 않는데 공부 방해 된다고 귀밑 1cm 안 되 면 가위로 싹둑. 이게 학교인가 감옥인가? 학생은 어디로 가고 ‘공부하는 기계’만 남 고, 학교는 어디로 가고 ‘감시하는 공장’만 남는다. 학교가 갈 만한 곳이기는커녕 제대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병사처럼 대입만을 목적으로 외우고 또 외우고…. 우리가 바라 는 학교는 우리 아이가 좀 더 지낼 만한 분위기에서 좀 더 즐겁게 공부하고 성장하여 자긍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갖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현실의 혁신학교 - 인권 & 학력, 2마리 토끼 잡기

학부모가 바라는 학교를 만드는 게 혁신학교라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전원형 혁신 학교가 하나둘 생겨나고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혁신학교에 가기 위 해 허름한 집이라도 이사를 가고 여성노동 착취라며 급식배식도 반대했던 엄마들이 도우미 선생님으로 뻔질나게 학교에 들락거린다. 힘들지만 교사들도 머리를 맞대고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교육감은 재선이 되고 6명의 민주진보 교육감 뿐만 아니라 보수적 성향의 교육감들도 뭔가 성 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뜨거운 조명발을 받고 있는 혁신학교 몇 개로 인해 모든 혁신학교가 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43개 혁신학교 가운데 제대로 되고 있는 곳 은 10개 내외란다. 양평지역의 학교들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조현 초가 있다고 장곡초 또한 ‘배움의 공동체’ 이론을 실천하면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극찬을 받은 H고의 경우 체벌을 없앤 점은 긍정적이나 내부적으로는 실패라고 자평하고 있단다. 더구나 교감들에게는 ① +a의 예산 ② 스펙 ③ 교장 임기 연장 등의 메리트가 있어 제대로 안 해도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경기도 S지역의 경우 전교조 교사들조차 조직 활동보다 혁신학교 활동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경기도 S지역의 경우 전원형 혁신학교를 만들려고 지역 학부모 들이 이사까지 했지만 교장이 허락하지 않아 교사들의 전보이동이 성사되지 않아 지 금도 이 지역엔 혁신학교가 1곳도 없다고 한다. 한 혁신학교 교장 선생님은 “혁신학교 는 성적도 높아야 한다. 진보가 가치로서만이 아니라 능력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라 면서 “혁신학교는 학교 주변 집값 시세도 높여놔야 한다”며 인권과 학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거점 구실도 해야 함을 역설한다.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와 우려

경기, 전북, 충남 등의 전원형 혁신학교는 일부 성공했으나 이제 서울형 혁신학교가 성공해야 할 차례다. 더구나 교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이 실험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교사들이 바라는 학교, 학부모가 바라는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에 서 학교의 위상 등이 매우 많이 토론, 연구, 소통되어야 한다. 인권과 학력 2마리 토끼 를 다 잡아야 하나? 수업 혁신에 중심을 두고 다른 모든 것은 막아줄 수 있는 교장 샘 이 있나? 밤늦게까지 학교에 근무하며 노동법이 휴지조각이 되는 학교도 의미가 있을 까? 마지막으로 혁신학교가 ‘진보’의 이름으로 실험될 때 이는 일반화될 수 있는가? 이 자리에서 학부모가 바라는 학교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고민해야 할 기준으로 ‘진보, 일반화, 노동권’ 등을 감히 제시해 본다. 그림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