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평학 사무처장님의 기고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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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을제일 먼저 살피는 이유>
조장우┃충북평학

퇴근길,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서 나는 시간을 자꾸만 보게 된다. 퇴근이 늦은 날이면 마음은 더 급하고, 아이가 많이 기다렸을까봐 걱정한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는 제일 먼저 신발장에 눈이 간다. 남아있는 신발의 개수를 세며 아이가 나오길 기다린다. 남아있는 신발이 적은 날엔 선생님과 아이에게 미안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2월에는 어린이집이 휴원했다. 처음엔 아내와 내가 휴가를 내고 번갈아서 아이를 돌봤고, 그 후엔 어머니와 처형에게까지 부탁했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순 없어서,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어린이집 ‘긴급돌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보내며 걱정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더 힘든 처지의 한부모 가정이나 근무 시간 조정이 어려운 부모들의 상황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돌봄과 보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학교돌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5월 교육부가 그간 법률 규정 없이 운영하던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학교가 담당하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교사들의 반발에 철회했다. 현재 학교 돌봄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우려가 큰 ‘지자체로의 학교돌봄 이관’ 법안에 대한 반대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11월 6일 파업을 예고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에서 돌봄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노동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 비정규직의 몫으로 떠넘기며 그 가치도 평가절하됐다. 또한 시장경제 원리를 기초로 돌봄과 보육의 책임을 개별 부모에게 전가하면서, 보육비 부담 증가와 보육의 질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초래했다.

만약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필요에 따른 돌봄과 보육’이 실현된다면, 아동이 심리‧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국가와 사회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공적 돌봄을 중앙정부가 총괄하며 학부모와 교육노동자들이 함께 공공적이고 안정적인 돌봄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돌봄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불안정‧저임금 노동은 사라질 것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상태와 관계없이, 원하는 모든 아동에게 단순한 보호 기능을 넘어 재미있고 유익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아동은 독자적 존엄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되며, 돌봄과 보육의 권리는 사회가 보장한다. 부모들도 지금처럼 마음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비용 없이 무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개인적 부담은 최소화된다. 어쩔 수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위한 24시간 개방 보육, 부모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시간제 보육, 직장인 부모가 아동의 등하교 시간보다 먼저 출근 또는 나중에 퇴근할 때 이용하는 방과 전후 보육도 가능할 것이다.

양육뿐만 아니라 노인 요양이나 질병‧사고처럼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시기는 온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때 돌봄과 보육으로 마음 졸이고 있는 나 같은 부모들의 걱정도 해결되고, 돌봄노동도 제대로 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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