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에 한미동맹>

임시사드기지가 있는 소성리 진밭교에서 이른 아침 진행하는 지킴이들의 평화행동을 방해하려는 책동인지 헬리콥터가 쉴새없이 날아다니며 소음을 유발한다. 남의 땅에 우격다짐으로 쳐들어 와서 주민의 생활터전을 빼앗아간 저 미제 전쟁광들과 그에 부역하는 국방부 꼴을 보노라면 아침부터 부아가 확 치밀어 오른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사드기지공사를 막아선 소성리 주민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헬리콥터로 다 해결하라고 청와대가 지시를 내렸단다. 비굴모드의 정점을 보여주는 이 나라 위정자의 안타까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의 사드반대 의지를 접수하여 미국과 담판지어 사드 뺄 생각은 하지 않고 "골치아픈 주민들 건드리지 말고 헬리콥터로 다 해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니 과연 미국의 국익이 먼저인 '미제 총독 문재인 대통령'다운 발상이었다.

사드철거운동에 앞장서는 소성리상황실 김영재 팀장의 발언이 감동적이었다. 소성리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었던 2016년 이후 대책위 활동가들은 전국 곳곳에 사드배치의 부당함을 홍보하러 다녔다. 태극기 부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미국무기 들어와 우리에게 나쁜 게 뭐가 있는가?" "북한의 핵위협이 있는데 사드를 가지고 와서라도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억지주장을 많이 했다.

우리 활동가들이 그 부분에 대해 근거있는 반박을 하면 마지막으로 그들에게서 나오는 얘기는 '한미동맹'이었다. 말하자면 "한미동맹을 위해서 사드가 필요하지 않냐?"라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면서 김영재 팀장은 안타까워 했다.

"이 나라 안보가 한미동맹을 위해서 있는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한미동맹을 위해서 있는가? 마치 우리나라 '헌법의 상위에 한미동맹이 있는' 듯한 그러한 이야기들, 한미동맹의 뿌리가 이땅에 깊게도 박혀 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창욱 목사님 얘기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그렇게 한미동맹을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들 많습니다. 한미동맹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가요? 한반도에 군사적 대결을 높이고 남북간에 평화와 화해를 방해했던 것이 한미동맹입니다. 한미동맹이 나라를 지켜준다고요? 자존심도 없습니까? 미국이 없으면 나라도 못 지킨다는 생각을 하는 군인들,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애물단지 한미동맹, 사드철거로부터 그 단지를 깨 버리겠습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지금 이 나라는 분단국가라는 구실로 70년이상 한미동맹이 헌법 위에 군림하여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짓밟아 오고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미군이 저지른 끔찍한 살상과 만행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백창욱 목사님도 미제의 난동에 칼춤 추는 국방부를 성토하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우리땅에 있는 외국군대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외국군대가 70년 이상 버젓이 주둔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국방부는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독자적으로 명령을 수행해야 자주국가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국군은 최종적으로 미군의 명령을 받습니다. 군사작전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가장 울분을 품고 비통해하고 이 x같은 현실을 앞장서서 바꾸어야 할 국방부가 이런 삐뚤어진 현실에 대해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고 더 더욱 경쟁적으로 미국예속에 빠지고 있습니다.
육군은 육군대로, 공군은 공군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앞다투어 미제무기 수입하는데 경쟁하고 있어요. 미제 무기가 최신 무기라 하면서 그냥 구애에 열을 올리는데 흔히 말하듯이 무기만이 아니라 첨단무기를 운용하는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미제 무기를 살수록 우리 국방은 더 미제에 예속될 수밖에 없지요. 그 무기 운용하려면 미제놈들 도움을 받아야 하거든요. 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방부놈들이 그 불의한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굴절된 한미동맹을 부여잡으려고 하니 (성경에 나오는) 독사의 새끼들아 버전으로 개새끼들아 정신 차려라. 미군 몰아내고 군사주권 찾아라. 먼저 사드부터 빼라!"

고희림 시인은 "한미동맹은 전쟁동맹이고 사드배치는 전쟁하겠다는 거, 평화말살하겠다는 거"라고 하며 "동맹이야말로 가짜언어, 사기언어, 거짓언어다. 소성리에는 사드가 필요없다. 한반도에도 사드 필요없다. 우리는 사드 뺄 때까지 투쟁한다."라고 했다. 지난 10월 골절상을 입은 후 아물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 진밭교를 찾은 시인의 외침이라 더 숙연했다.

"철조망을 걷어라.평화의 길을 열어라."
사드반대 김천대책위 장재호 국장의 구호에서도 절실함이 묻어났다.
"주님의 은총으로 이땅에 평화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소중하다.
사드 뽑고 평화심자."
직장생활하는 틈틈히 모범적으로 투쟁하는 소성리의 젊은 주민 소야 훈님의 나직하지만 힘있는 외침은 2020년 마지막 토요일 아침 평화행동 구호로 기록되었다. 저무는 한 해를 아쉽게 재촉하는 평화롭고도 은은한 지킴이들의 외침들,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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