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달라졌어요?   -레디앙
[기자의눈] 예민한 문제 "노코멘트" 일관…일제고사 단어 사용 자제 요청도

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취임 이후 첫 자리인만큼 삭적한 교육현안에 대한 곽 교육감의 입장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날 단연 관심사는 오는 13~14일 치러지는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와 서울시학생인권조례 문제였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일제고사 대비 파행수업 실태 조사, 기초학력미달학생 프로그램 마련 입장만 밝혔을 뿐,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등 일제고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 내용 중에 ‘일제고사’라는 단어가 포함되어도 '질문 자제'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제고사 단어 사용 자제?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시절, ‘일제고사 중단’의 뜻을 분명히 했던 곽노현 후보에 대한 기억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집회의 자유’ 조항을 포함시키는 문제, 서울지역 일제고사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항소 취하’ 문제 역시 곽 교육감의 명확한 입장을 들어볼 수 없었다. 후보 시절과는 달리,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후보와 당선자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주요하고 핵심적인 공약 문제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취임 전부터 조·중·동 등 우파신문들로부터 집중적인 이념 공세를 받고 있어 자칫 '운신의 폭'이 좁아질지 모른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입장은 심정적으로 이해가되지만, 지금 이 순간 곽노현 교육감을 바라보며 일제고사가 사라지는 날,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받는 날, 교단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현재 일부 지역의 민주진보교육감들은 투쟁 중이다. 교육당국과 마찰·충돌이 예상됨에도,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일제고사 해직교사에 대한 ‘항소 취하’와 오는 7월 일제고사 선택권 보장의 뜻을 밝혔으며,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역시 일제고사 선택권 보장과 교원평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상태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기간 동안 평생 ‘약자를 위한 투사’로 살아온 이력을 강조했다. 또 ‘교육 혁명’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난 곽 교육감에게 투사의 면모와 교육 혁명을 위한 결기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이 곽 후보를 뽑은 이유는 일제고사 폐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해직교사 복지 등 진보적 과제에 대한 해결을 바랬기 때문이다. 민감한 교육 현안일수록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싸워나가야 한다.

 

 

 

전교조, 곽노현에 ‘일제고사 선택권 보장’ 요구    -경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9일 "일제고사 (학업성취도평가) 선택권은 좌고우면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응시선택권 보장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일제고사의 반교육성을 누차 언급해왔고, 그로 인한 교육위기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적 고민을 지속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권력 횡포를 정당화해줄 뿐"이라며 "13~14일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처리 입장을 밝히고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성향 교육단체가 지방선거에서 진보 단일후보로 뽑혀 당선된 곽 교육감을 비판하는 논평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논평은 곽 교육감이 교육당국 지침에 반발하고 있는 강원ㆍ전북도교육청과 달리 학업성취도평가는 법령에 따라 치러지는 것이라 교육감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또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따라 응시 결정권을 부여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원칙 이행에도 부담을 느낀다면, 이후 첩첩이 남아있는 경쟁교육의 산과 부패세력의 반격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제고사 강요는 진보 교육감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와 함께 ▲교육감 협의회 주관 진단평가 폐지 혹은 표집실시 ▲일제고사 반대로 인한 파면·해임교사 복직 추진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등 곽 교육감이 후보시절 학부모 단체와 체결한 `일제고사 관련 정책협약'을 거론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를 가다](2) 성남 보평초    -경향

ㆍ2~3과목 ‘통합수업’ 성과… 전입생 봇물

8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봇들마을 보평초등학교.

오전 8시30분이 되자 5~6학년 미니학교인 ‘보람스쿨’ 교실에서는 10분 동안 학생들이 자유독서를 하느라 조용했다. 이어 20분 동안은 아침 열기 행사로 ‘마음을 나누는 아침’이란 주제로 명상·한자성어·차마시기가 진행됐다.

8일 경기 성남시 보평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 보평초교 제공

 

오전 9시 1교시가 시작되자 보통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1·2교시를 통합해 1블록으로 80분간 수업이 진행됐다. 그것도 국어와 수학을 통합해 수업했다. 이어 20분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다시 2블록 수업으로 사회·과학·영어 통합학습이 80분 동안 진행됐다. 보평초에서는 기존 학교의 관행을 깬 블록수업(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60~80분 수업)과 모듈수업(기초 기본 능력 향상을 위한 단어 및 어휘력 향상, 연산 능력 숙달 통합수업)이 실험 중이다.

지난해 9월 개교한 보평초등학교는 ‘미래형’ 혁신학교다. 이 학교 유영 교사(37)는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취지에 맞춰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혁신학교는 교장과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편성의 다양화와 학사 운영의 특성화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전학을 오는 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인근 분당에서부터 심지어 서울에서까지 전학을 와 학생들이 넘쳐 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개교 당시 13학급 400여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채 1년도 안돼 30학급에 1100명으로 늘었다. 학교 때문인지 학교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다른 아파트에 비해 3000만~4000만원 비싸고, 그나마 물량도 동이 난 상태다.

“사립학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몰리는지” 묻자 서길원 교장(50)은 “당초 학교는 30학급에 900여명 수용하는 것으로 설계됐는데 전세입주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전입생이 많이 늘었다”며 겸손해 했다.

물론 틀리지 않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평초등학교에 학생들이 대거 몰린 것은 ‘혁신학교’에 대한 신선한 느낌도 있지만 ‘서길원 효과’도 꽤 크다. 서 교장은 교사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원조인 광주 남한산초등학교에서 교무부장으로 근무한 데다 현재 ‘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스쿨디자인21 대표’ 등 직함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 초대 교장으로 부임했고,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일부에서 남한산초등학교가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새로운 학교만들기 운동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의 큰 학교에서도 새로운 학교만들기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교장공모제에 응했어요. 도시의 큰 학교에서도 성공해야 앞으로 학교교육에 답이 있습니다.”

서 교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올 새학기부터 보평초등학교 내에 3개의 미니초등학교를 실험하고 있다. 1~2학년은 기초생활교육을 강조한 ‘배움스쿨’, 3~4학년은 텍스트 이해교육을 강조한 ‘나눔스쿨’, 5~6학년은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한 ‘보람스쿨’ 등 두 학년을 단위학교로 수석교사가 책임지는 소교장제가 진행 중이다. 또 4학기제, 계절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공동체 학습 등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서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엄격하다고 소문이 났다. 학교에서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와 해야 할 세 가지인 ‘3무3행’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 교사는 금품·물품·향응을 제공받아서는 안되고, 학생에게 체벌을 가해서도 안되고, 수업에 태만해서도 안된다. 학부모는 일과시간에는 교실을 출입해서는 안되고, 지정된 급식 외에 음료나 다과를 제공해서도 안되고, 청소·미화 등 목적으로 교실에 출입해서도 안된다.

김모군(11·5학년)은 “분당에서 학교를 다니다 새학기에 전학왔는데 새로운 형태의 수업이 재미있다”며 “공부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도 열심히 배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 교장은 “혁신학교는 실천적 대안 싸움”이라면서 “우리 학교는 경쟁 대신 함께 배우며, 교실에서 배제되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도록 배움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우리, 진보교육감 홍위병 아닙니다

5일 아침 "동아일보 1면에 아수나로가 실렸더라"는 믿기지 않은 소식을 시작으로, 아수나로는 지금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보수 언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언론들이 소위 '홍위병'을 운운하며 연일 아수나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청소년들이 진보교육감과 교육의원들에게 선동되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수나로가 진보교육감 당선 이전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꾸준히 활발하게 활동해온 단체라는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이 언론들의 논조에는 문제가 많다. 이들의 주장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미성숙하며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의 학생들이 무조건적으로 경쟁을 거부하며 학생 인권과는 관계없는 정치적 이슈에 뛰어들고 있다."

7월 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성호씨의 칼럼(학생이 평가 싫어 거리로 나선다고?)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수나로의 주장이 옳다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평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경쟁을 유발하는 어떠한 체제나 제도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평가=경쟁=인권침해'라는 등식은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수나로는 그러한 등식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수나로는 경쟁이 교육의 목적이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일제고사라는 평가제도로 인해 초등학교까지 야자를 하는 등 학생들은 강제야자와 보충수업을 해야 하며 "목숨걸고 공부"할 것을 요구 받는다. 

이것이 과연 "학생들의 학습을 동기화하고 교육의 과정 전체를 점검"하기 위한 평가인가?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현실이니 학생들의 학습이 시험에 '동기화' 되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경기도 양주시 소재의 유양초등학교가 교문에 내걸었던 현수막.
ⓒ blog.jinbo.net/kambee
유양초등학교

이러한 현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일제고사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라고 말하기 이전에, 경쟁적 교육체제가 아동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한국에 개선을 권고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문(CRC/C/15/Add.197 2003년 1월)이나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교원평가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반에 20명 이상 보충수업에 참여하게 해라. 교원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교장이 벌써부터 나오는 등 교원평가가 학생들을 위한 것,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교원평가는 교장이 교사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공교육의 질 제고'나 '더 좋은 교육'이라는 건 더 강화된 입시교육과 말 잘 듣는 교육을 의미하지,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이나 인권교육, 인성교육 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원평가와 학생인권이 서로 상관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
ⓒ 배달민 (아수나로 활동회원)
교원평가제

교원평가가 강제보충수업 등을 늘리고 반 평균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을 체벌하는 등 교사의 반인권적 행위로 연결되는 것은 지금의 학교 현실과 보고되는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동기를 부여하거나 참여를 보장한다고 할 때, 그것을 점수 매기고 줄세우는 '평가', '경쟁'의 방식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이다. 학생과 교사가 좀 더 평등한 권력을 가지고 서로 견제하고 대화하는 민주적인 학교와 수업이 지금의 교육의 문제점을 고치기에는 훨씬 낫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교장 선출에도 학생회가 참여하며, 학교 규정은 물론 심지어는 흡연을 허용할지 말지 여부조차도 학생회가 회의로 결정하곤 한다. 교육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 또한 '인권'의 문제이다. 인권과 교육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서로 연관되어 있다. 학생들이 왜 교육정책에 왈가왈부하냐는 식의 말이야말로 반인권적인 발상이다.

인권은 들리지 않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였다. 지배자들은 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우리를 '홍위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애써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홍위병'이라는 그 무례한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일제고사 못 보면 방학 때 보충수업하래요"
인천지역 초교, 일제고사 앞둔 6학년 학생·담임교사 '절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등은 22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중단을 촉구했다.
ⓒ 홍현진
일제고사

"선생님이 이번 일제고사에서 시험을 못 보면 방학 때 남아서 보충수업을 해야 된대요. 시험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 2학기 때는 제발 시험지를 안 풀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일제고사를 앞둔 인천 부평지역 A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정아무개군의 절규에 가까운 말이다.

 이 학교의 6학년 장아무개양도 "담임선생님도 6학년을 정말 안 맡고 싶어했는데 다른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맡게 됐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며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2학기 때는 좀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양아무개군은 "80점 미만 아이들은 80점을 맞을 때까지 몇 번 씩 시험지를 다시 풀어야 돼서 머리가 아프다"며 "시험을 못 보면 2학기 동안에도 또 7교시(보충수업)를 해야 해서 놀 시간이 없고 하루 종일 공부해야 한다, 일제고사를 폐지해달라"고 말했다.

 오는 13~14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를 앞둔 인천지역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 시험을 안 봤 으면 좋겠다는 호소도 하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향상에 대한 스트레스는 6학년 담임교사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7일 만난 C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이아무개 교사는 "6학년은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라 학생들과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교사로서의 자부심도 커 올해 자진해서 6학년을 맡았다"며 "그런데 이건 교사가 아니고 시험문제만을 풀어주는 학습지 교사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0교시와 7교시를 진행하며 매일 시험지를 준비해서 문제풀이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벌써부터 시험과 공부에 질려하고 있다"며 "5교시만 되면 지쳐서 조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나고 집중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아무도 6학년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우까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D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김아무개 교사는 "7교시 보충수업에 안 남으려는 학생이 있으면 남기려는 교사와 학생 간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생기기도 한다"며 "전에는 상담을 하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끝나고 남겨서 상담하는 등 인성교육에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는 늦게 끝나고 학원은 더 늦게 끝나 집에 밤 12시가 돼서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생과 교사들의 원성은 일제고사 점수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 학교의 파행사례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지부장 임병구)가 발표한 '초등 6학년 일제고사 대비 학교 파행 사례'를 살펴보면 인천지역 10개 초등학교 중 7개교가 0교시, 5개교가 7교시 이상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이중 70%는 반강제적으로 0교시와 보충수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럼에도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인천시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수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공개한 파행사례 조사 내용이 초중등교육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사항이었음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시정이나 지도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 폐해가 나타나 폐지했던 일제고사 제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성취도평가 학교 실태 파악 파행수업땐 교장 엄중문책”
“교육청 산하 53개 위원회 외부인사 대폭 영입할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 13, 14일 치르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해 야간자율학습 등을 강요하는지 일선 학교를 점검키로 했다.

곽 교육감은 8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정규 수업 대신 문제 풀기를 하거나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학교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지역교육청 장학사를 현장에 급파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400여 개 학교 실태를 파악한 뒤 9일 이후에도 수업 파행 사례가 나타날 경우 학교장을 엄중하게 문책할 방침이다.

곽 교육감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른 수업 파행을 막으라는 교육과학기술부 공문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학교에 내려보냈다”면서 “교과부 장관의 지침을 엄격하게 따르는 첫 교육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평가를 대체하는 체험학습을 금지하고 성실히 평가를 시행하라는 지침도 따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일단 실태를 파악해본 뒤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곽 교육감이 일단 13일 치르는 학업성취도평가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육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세운 곽 교육감이 시험 일주일을 앞두고 갑자기 방침을 바꾸지는 않으리라는 것. 그러나 학업성취도평가에 학생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 곽 교육감의 원칙인 만큼 일선 학교의 수업 파행 사례를 조사한 뒤 이를 근거로 교과부에 학업성취도평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조례 제정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의견이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충실히 협의해야 한다”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찬반 공방은 이르다”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시교육청 산하 위원회를 외부 인사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곽 교육감은 “상위법령에서 위원회 구성을 강제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교육청 산하 각종 위원회 53개 중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6개. 교육감 권한으로 규정을 바꿀 경우 최대 19개 위원회에서 외부 인사 위원장이 나올 수 있다. 곽 교육감은 전문직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부교육감에서 외부 인사로 바꾸고 내부 인사는 한두 명에 국한시킬 계획이다. 또 징계위원회도 법령에 규정된 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의 정책, 인사, 징계를 심의하는 각종 위원회에 교원단체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학업평가 공직자로서 준수 거부교사는 재량권내 판단”
“교사-학생-학부모 의견수렴 교원평가제 방식 개선할 것”




이달 13, 14일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을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사진)은 8일 “(이번 평가는) 법령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고 공직자는 이를 준수할 책임이 있다”며 실시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전수식 평가는 비교육적이며 목적과 취지에 적합하지 않게 무리하게 추진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비판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 전북도교육청 등에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험을 안 보는 학생에 대해서는 교장을 중심으로 학교가 충분한 사유를 파악해 교육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견해를 밝혔다. 또 김 교육감은 단위 학교나 개별 교사가 평가를 거부할 경우에 “교육감의 징계 재량권 범위 내에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선택권 보장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며 “법에 따라 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만큼 징계 등 관련 절차도 똑같이 준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 교육감은 지난달 24일 “학업성취도 평가는 의무적인 국가 위임사무이기 때문에 수용하지만 정부는 학생 및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평가결과 공개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 교육감이 취임한 강원도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생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사실상 평가 거부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교과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김 교육감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만큼 시험평가의 의미가 있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유보한 혐의(직무유기)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27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 대해 “법정의와 법상식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교육감은 이날 2012학년도 광명, 안산, 의정부시 평준화 도입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4개 권역 혁신학교 벨트 구축 등 임기 중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전북 교육단체 '일제고사 거부운동' 전개    -연합

전북교육감, 일제고사 거부 결의대회서 축사 눈길

(전주=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오는 13-14일 전국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실시를 앞두고 진보성향인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북 교육단체들이 일제고사 거부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어 정부와 마찰이 우려된다.

   전교조 전북지부와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9일 전주대학교 JJ아트홀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 대표, 교육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일제고사 실시 중단과 전교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전북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회에서 학교자치에 의한 학교혁신, 학생인권 주민조례제정운동 선언, 개정 교육과정 중단, 전국단위 일제고사 실시 중단, 전교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최근 교원평가 폐지와 전국 일제고사 실시 거부 등으로 교과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 교육감이 참석해 '전북교육의 혁신방향'이라는 주제로 축사를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교육감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난하는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결의대회에 참석해 축사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전북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회공공성·공교육강화 전북네트워크도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을 적극 지지한다"며 "아이들이 시험의 지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일제고사 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교육단체는 이와 별도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대체 프로그램 신청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고, 초등. 중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의 일제고사 거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북 교육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일제고사는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어 이를 반대한다"며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국 일제고사 실시와 관련해 김 교육감은 최근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과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육감과 각급 학교는 일제고사 실시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맞서 마찰을 빚고 있다.      jr@yna.co.kr

 

 

 

진보교육감 `표집형 일제고사' 건의(종합) var url = document.URL;var pos = url.indexOf("AKR");var nid = url.substr(pos,20);var pos2 = url.indexOf("audio=");var nid2 = url.substr(pos2+6,1);if (nid2 == 'Y'){document.write("");document.write(" 오디오듣기");}

나란히 앉은 안병만 장관과 곽노현 교육감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8일

교과부장관-민선교육감 첫 간담회…대화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교육당국과 갈등을 빚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표집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열린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일제고사는 서열화를 위한 것이고 비교육적이다. 수많은 학생 중 시험을 보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므로 강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민 교육감은 이어 "현재 전수방식으로 치러지는 시험을 표본만 추출해서 보게 하는 표집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는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이달 1일자로 취임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과 교과부 간부진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였다.

   특히 초ㆍ중ㆍ고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을 닷새 앞두고 교과부와 일부 시도 교육청이 마찰을 빚은 가운데 머리를 맞댄 터라 발언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민병희 교육감은 법적으로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교생이 응시하도록 돼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민 교육감은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강원도 양구 지역 성적이 매우 높게 나와 `양구의 기적'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이는 초등학생들을 밤 11시까지 잡아놓고 반복해서 문제를 풀게 한 결과"라면서 "이래서야 창의 인성 교육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진보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초중등교육법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형으로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학생들은 (시험을 볼) 의무가 없는데도 시험을 강요받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만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하는대로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교과부에서는 안 장관과 함께 이주호 제1차관, 교육 관련 실국장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안 장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아이들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고 뒤처진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기 위한 시험"이라며 교육감들이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안 장관은 또 교원평가제와 관련해서는 "못하는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평가 결과를 인사와 연계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yy@yna.co.kr

 

 

 

학생 1인당 만원 ‘뒷돈’ 교장실서 사례금 정산    -서울신문

수학여행 비리 교장 36명 입건·102명 교육청 통보

“숙박은 2박3일 행사 기준으로 학생 1명에 8000~1만 2000원, 버스는 대당 하루에 2만~3만원.”

숙박요금이나 버스요금이 아니다. 서울 강북의 S초등학교 교장 김모(60)씨가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학여행·수련회·현장학습 등 각종 단체 행사 때 여행업체 등을 선정하면서 챙긴 ‘뒷돈의 기준’이다.

“잘 봐줘서 고맙다.”는 식이 아니라 학생 수에 정해진 비율에 따라 사례금을 받았다. 학생들이 수학여행비로 15만~20만원을 내면 교장이 1만원가량을 빼먹은 셈이다. 김 교장은 이렇게 H관광 이모(54) 대표에게서 9차례에 걸쳐 2020만원, 경주 J유스호스텔 대표에게서 4차례에 걸쳐 800만원 등 282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이 밝혀낸 수학여행과 관련한 교장들의 비리는 “학교가 썩었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구렸다. 교장들은 사례금을 많이 주는 업체를 정해 놓고 관행화된 사례금 비율에 따라 돈을 받았다. 김 교장처럼 사례금 비율에 따라 돈을 받는 경우 교장들은 분기별로 행사내역을 정산했다. 한 교장은 교장실에서 사례금을 받으면서 “계산이 맞지 않는다.”면서 업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관행’으로 불릴 정도로 널리 퍼진 것은 수학여행 등 학교단체 행사가 전적으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담당 교사 등의 절차가 있지만 결국 결정권은 교장에게 있다. 때문에 교장이 바뀌면 수학 여행사가 바뀐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씨 등 여행업자 두 명이 현직 교장 86명, 전직 52명 등 모두 138명에게 건넨 돈은 6억 8000만원에 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8일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를 계약하는 대가로 업자에게 금품을 받아 챙긴 김 교장 등 전·현직 초·중·고 교장 등 13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해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뢰액수가 적은 102명은 관할 교육청에 통보했다. 또 단체여행 계약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교장들에게 돈을 건넨 이씨 등 업체대표 2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현직 교장 86명 사상최대 퇴출 '초읽기'

단체행사 뒷돈 받은 혐의

전·현직교장 138명 적발… 서울 초등교장 특히 많아

진보성향 곽노현 교육감 '부패척결' 명분 실어줄 듯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 A씨는 매년 봄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나면 숙박업자를 교장실로 불렀다.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묵을 곳으로 선정해 준 대가로 사례금을 '정산'하기 위해서였다. 2박 기준으로 '학생 1인당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계산했다. 관광버스 업자로부터는 1대당 하루에 2만~3만원을 받았다.

지난 3월 경찰의 중간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던 교장들의 학교단체활동 관련 비리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들 중 현직 교장은 대부분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의 교장 퇴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특히 서울은 586개의 초등학교 중 20%에 해당하는 116명의 교장이 연루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 시내 다섯 개 초등학교 중 하나는 교장이 뒷돈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8일 수학여행이나 수련행사 등 학교 단체 행사를 담당하는 업체로부터 선정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초·중·고 교장 138명(현직 86명, 퇴직 52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교장 김모(60)씨 등 3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뢰 액수가 500만원 미만인 102명은 관할 교육청에 통보했다.

당초 수사 대상이던 158명 중 20명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교장들은 2006년부터 지난 1월까지 H관광 대표 이모(54)씨 등 관광버스·숙박 업체 대표 2명으로부터 교장 한 사람당 40만원에서 2800여만원까지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교장들이 이씨 등에게서 받은 돈은 모두 6억8000여만원이었다.

교장들은 수학여행 같은 학교 단체행사는 전적으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선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학생 수에 따라 사례금을 정해 놓고, 대부분 교장실에서 업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첩보를 입수하고 버스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 온 경찰은 "2박3일 수학여행의 경우 학생이 15만~20만원을 내면 그중 1만원 정도가 교장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업자와 정산하는 과정에서 '계산이 틀렸으니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한 교장도 있었다고 한다.

적발된 교장 중 86%인 119명이 해당하는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중 현직 교장 대부분에게 파면·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엔 포상 경력이 있는 교원은 감면이 되기도 했지만, 곽노현 신임 교육감은 비리가 드러나면 곧바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이번 교장 비리가 '교육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새로 당선된 곽 교육감에게 개혁 명분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곽 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부패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을 예방도 단속도 못 했으니 나사가 풀린 것"이라며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나부터 나사를 조이겠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징계위원회를 개편해 (비리 교장들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 초등학교 교장들은 매우 침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서구의 B교장은 "교장들끼리 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됐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냉랭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랑구의 C교장은 "수학여행 비리 얘기가 늘 불거져서 위신도 서지 않는데 차라리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관행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수학여행·수련활동 제도 개선 방안'을 내고 "지금까지 5000만원 이하의 수학여행 상품은 학교장이 수의(隨意)계약할 수 있었던 규정을 바꿔, 2000만원이 넘는 계약은 조달청에 등록된 상품을 전자 공개경쟁입찰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수학여행·수련활동의 수의계약 비율이 85.5%였으나 앞으로 40%선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