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반대한다. 기자회견(2014. 10. 7)


제목 :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성명

한글문화연대(상임대표 이건범)는 교육부의 교과서 한자 병기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특히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는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한자 사교육을 조장하며 낱말 교육의 질을 한자 암기 수준으로 떨어뜨릴 뿐이므로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성명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을 당장 취소하라!

2014년 9월 24일, 교육부는 2018년부터 적용할 새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면서 한자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초중고 별 적정 한자 수를 명시하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초등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를 병기하겠다고 한다.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이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릴 뿐 새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나 학습 부담 줄이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즉각 취소하라.

1970년부터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없애고 교육을 진행한 지 45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그렇게 공부한 지금의 성인 세대가 낱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다. 한자 교육은 오랫동안 그래왔듯이 중학교부터 시행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45년 동안 입증되었다.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교사는 한자를 가르쳐야 하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낱말의 총체적인 개념을 가르칠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교육의 퇴보다. 또한 교육을 경쟁 무대로 여기는 사회 풍조가 강하기 때문에 유치원부터 한자 선행학습이 불붙고 한자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 뻔하다.

낱말의 뜻은 글자에서 오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온다. 실제 생활과 대화, 책읽기, 체험을 통해 총체적으로 낱말의 뜻을 풍부하게 익혀야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자를 꼭 병기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태도는 낱말 교육의 방법을 한자 풀이로 떨어뜨릴 위험이 높다.

우리는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치려는 교육 방침이 시대에 뒤처진 철학에서 나온다고 본다. 창의력과 원리 이해를 중시하는 교육을 지향한다면 교육과정의 내용을 더 줄이고 수업과 평가방법을 혁신해야 한다.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은 교육 질을 높이기보다는 떨어뜨릴 뿐이므로 당장 취소해야 한다.

2014년 9월 29일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