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신라공고 故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진상조사 중간발표 기자회견문

지난 4월 8일 늦은 밤, 만 17세, 고 이준서 학생은 ‘나는 메달 따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온몸을 던져 직업계고등학고 ‘기능반’의 어둠을 폭로하였다. 전국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고 이준서학생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성명서와 기자회견으로 애도하며, 기능경기대회와 이를 준비하는 직업계고등학교의 기능반을 폐지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었다.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학생안전을 방치한 교육부를 규탄하며,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의 진실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교육부는 고인이 얼마나 더 현실 세계로 소환해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학생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것인가?

현재 기능경기대회는 산업체 기능인들이 산업 현장에서 단련된 기능을 겨루는 장이 아니라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메달 획득을 위한 목표에 매몰되어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기술 변화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기능경기대회는 산업 현장 노동자가 대신 고등학교 학생들을 메달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기능반 선발은 통상 고등학교 1학년에 선발되지만 신라공업고등학교는 중학교 3학년 입학예정자들을 선발하여 관리하고 있다.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조기 선발하여 소수 정예화된 기능반을 운영하고 있다. 성과주의에 매몰된 기능대회는 직업계고등학교 정상적 교육활동을 왜곡하는 핵심요인이다.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의 정상적 학습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기능반 학생들에게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순 기능만 반복적으로 훈련하였다. 기능대회 전까지 메달 따는 기계가 되어서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강도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훈련과정은 기술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현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반복적인 기계적 행위만 남는다. 어찌 이를 두고 직업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능반 학생들은 고등학교 기초 교과목 학습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고등학교의 존재 의미’를 망각한 것이다.

메달 경쟁은 불법도 용인되었다. 학교 운영비는 투명해야 한다. 기능반 학부모회도 다를 수 없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메달 경쟁에 불법적 돈을 모금하고 사용하였다. 기능반 학생들에 대한 간식 강매, 주말·방학 기간 학부모들을 순번제로 식사 준비 강제 등 기능반 운영에서 부조리와 폐단이 포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반교육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없다.

코로나 19로 학생안전이 강조되며 등교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기능반 학생은 합숙하면서 기능훈련을 하였다. 경쟁적 상황에 내몰린 학교는 코로나 상황을 외면했다. 그런 상황을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와 경북교육청 창의인재과는 합숙 훈련 사실이 확인되어도 행정 지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교육부의 포괄적 등교 중단 지침에도 훈련을 강행한 학교들을 개별 학교의 문제로 치부한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의 인식이 오늘의 사태를 키운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기능반에서는 선후배 간 도제식 훈련으로 학교폭력이 대물림되었다. 신라공업고등학교는 기능반 학생들 간에 학교폭력을 숨겼고, 심지어 학생의 학교폭력 이력을 학생이 기능반을 그만두고 싶어 할 때 잡아두는 협박용으로 활용하였다. 게다가 기능반 학생 간 ‘성폭력’ 문제를 제보하여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이런 기능반 내 폭력 문제는 성장기 학생들의 심리적 파장을 더 키웠다.

기능경기대회는 산업 현장에서 단련한 기술을 평가받는 제도로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 그래서 고등학생을 참여시키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고 이준서학생의 죽음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메달 경쟁에 내몰린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학생들의 실상이 폭로되었다. 폭력의 대물림과 경쟁 문화,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운영, 불법도 인식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직업계고등학교의 기능반은 교육 적폐로 되었다. 적폐는 청산할 과제이지 고쳐 활용할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는 기능반 운영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근본적인 정책대안을 내야 한다. 소수 학생에 집중하는 학교 운영은 대부분 학생을 소외시키고 반교육적 상황으로 변질시켰다. 직업계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교육부는 이준서학생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라.

1.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적극 검토하라.

1. 기능경기대회에 대한 전면적인 진단과 개선책을 마련하라.


경주 S공고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