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공교육 포기선언’을 당장 철회하라!

- 정부청사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가며 -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여론수렴을 무시한 막가파식 독선행정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가꾸는 백년지대계이다. 그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비하지 않으면 조삼모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은커녕 사후 의견수렴조차 완전히 무시한 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식의 막가파식 독선행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교육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일은 전봇대 뽑는 일과는 다르다. 옥석도 구분 못하고 모둔 규제를 싹쓸이 하듯 없애는 것은 교육현장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20년에 걸친 교육민주화 노력을 부정하는 폭거다!
정부가 없애겠다고 발표한 교육관련 규제의 대부분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적 합의’이자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0교시 금지’, ‘강제 보충수업 금지’는 입시경쟁의 과열로부터 학생의 인권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며, ‘우열반 금지’, ‘사설 모의고사 제한’은 지나친 입시경쟁으로부터 공교육의 본령을 지키려는 것이다.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촌지 금지’, ‘교복 공동구매 지침’, ‘부교재 선정 지침’은 교육 비리를 발본색원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없애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번복하는 것이며, 20년에 걸친 교육민주화 노력을 일거에 부정하는 폭거다.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국민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국가적 잔혹행위다!
만약 정부의 방침이 시행될 경우, 우리 학교현장은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처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은 앞을 다투어 입시경쟁에 불을 지르고, 교사․학생․학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무한경쟁의 늪에 뛰어들 것이다. ‘0교시’ 고삐가 풀리면 곧바로 ‘-1교시’, ‘-2교시’가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야간 자율학습은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이어질 것이다. 우열반이 보편화되고 명문고가 부활하여 평등교육을 비웃고, 학생들은 제도화된 차별 속에서 고통과 체념을 내면화할 것이다. 한 때 사라졌던 촌지와 잡부금이 온갖 명목을 띠고 부활할 것이며, 교육 비리가 제철 만난 메뚜기처럼 창궐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를 없애는 것은 교사․학생․학부모 모두를 고통에 빠뜨리는 ‘국가적 잔혹행위’다.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교육차별화 정책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을 좌우하고, 지나친 경쟁이 계급에 따른 교육격차를 확대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규제 철폐가 가져올 경쟁의 심화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를 더욱 극대화할 것이 명백하다. ‘자율’과 ‘선택’은 극소수 부유층의 권리를 늘리는 대신 대다수 국민의 권리를 대폭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시장은 부유한 자에게는 천국이지만 가난한 자에게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우리나라 학교를 ‘부자의 천국 빈자의 지옥’으로 만들 셈인가?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정부의 비열한 ‘책임전가’다.
‘규제 철폐’를 키워드로 삼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개혁의 진정한 목표와 방안을 놓치고 있다. 오늘날 공교육의 실패는 ‘불필요한 규제’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회피와 책임방기가 초래한 ‘공교육의 총체적 부실’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기적 경쟁논리와 무분별한 시장논리로부터 공교육의 순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교육 실패의 모든 책임을 ‘불필요한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가의 책임전가이며, 또 다른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돌팔이 의사의 엉터리 진찰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듯,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국민 전체를 낭떠러지로 몰아갈 것이다.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공교육 포기선언’이다!
공교육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다. 공교육의 혜택은 경제력을 앞세워 승자가 된 특정 계층에게만 주어지는 전리품이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 하는 국민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적․보편적 권리’다. 그러나 4.15 조치는 경제력에 따라 교육에 차등을 두려는 시장논리에 근거하여, 교육 평등권에 기초한 공교육의 이념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을 매개로 확대 재생산되고, 경제력에 따른 새로운 신분제도가 부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교육은 이제 돈을 지불할 능력을 갖춘 자들만의 전유물이 되고, 국민의 교육기본권은 폐기처분되고 말 것이다. 이는 곧 ‘공교육 포기선언’에 다름 아니다.

4.15 ‘규제철폐 방침’을 철폐하라!
우리는 더 이상 돌팔이 의사의 엉터리 처방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신호등을 없애라”는 초보운전자의 불평을 들어줄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정부의 무모한 도박에 공교육을 맡길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의 교육권이 부정되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
정부는 4.15 ‘규제철폐 방침’을 지금 당장 철폐하라!


2008년 4월 23일
고교서열화 반대-교육양극화 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