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학교를 접수하다!

: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김태정


1. 들어가는 글


‘강남 땅 부자 내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명박정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이 야만스러운 세상. 대한민국 자본가들의 선봉장이자 생일선물로 수억짜리 오피스텔을 주고 받는 그야말로 부자들로 득실대는 이명박정부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들이 내 놓은 정책들이 죄다 노동자 민중들의 현재는 물론 미래 마져도 파괴하는 극악무도한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한탄만 늘어 놓을 수 없다.

자본주의 탄생이후 자본가들은 그야말로 철저히 계급적인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다루어왔다. 즉 학교는 이데올로기적인 국가장치의 하나로 근로인민대중을 철저히 세뇌시키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교육내용은 물론이고,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인 선동이 교과과정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지식의 위계화에 따른 노동의 위계화를 합리화하는 교육시스템 그리고 학문 학교간 서열화에 근거한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이다. 이는 개개인에게 자본주의 경쟁논리를 뼈속 깊숙이 내면화 시키고 있으며 이로서 학교는 체제에 순응하는 노동자계급을 재생산하기 위한 자본의 기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자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단지 학교를 집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주입 확대하는 공간으로만 사용하지 않으며, 학교자체를 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2.‘학교자율화 추진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총 3단계로 제출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의 1단계는 즉시폐지 지침 29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를 자율화하기 위해서 도대체 뭘 29개나 폐지하겠다는 것인가? 그중 가장 문제되는 것만 살펴보자.

첫째, 우열반을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을 폐지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들을 성적에 따라서 나누어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다. 그나마 내실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규제조치가 존재하던 셈인데, 이것을 없앤다는 것은 이제 우열반을 설치를 맘껏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학교를 장사꾼(교육자본)들의 시장판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방과후 학교 운영계획도 없애고, 어린이신문단체구독금지도 없애고, 학습부교재 선정관련 비리예방을 위한 지침도 없애고, 사설기관 모의고사 참여금지도 없애고, 교복 공동 구매 지침 등 죄다 없앤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교육관련한 자본가들이 학교에 와서 마음 놓고 장사를 하라는 것인데, 이야말로 자본가정권, 가진자들의 정권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교원 즉 교육노동자들에 대한 불안정노동을 획책하고 있다. 폐지될 내용에는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이 있는데, 이것을 폐지한다는 것은 학교장이 마음대로 계약제 교원 즉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로서 학교는 머지 않아 비정규직으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촌지안주고 안받기 운동도 폐지하여, 돈있는 사람들이 돈으로 선생들을 매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교통안전, 약물, 성폭력예방을 위한 학교안전교육계획도 폐지하여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틀조차도 내 팽겨쳐 버리고 있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단계의 내용을 보면 법령정비라는 내용으로 기존의 대통령령으로 되어있던 ‘학교급별 교원배치기준’이나 ‘초중등학교보직교사배치기준’ 등을 교육감으로 위임 또는 이양시키거나 기존에 장관 책임이던 조항들을 교육감이나 교육규칙 수준으로 이월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법령정비는 중장기적으로 교원의 신분을 국가수준에서 보장하던 것을 해체하겠다는 의도 혹은 교육의 국가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학교 자율화는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 교사가 주체가 되는 자율화가 아닌 자본의 자율화에 다름 아니며, 이는 학교라는 최소한의 공적영역 마져도 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바로 교육관련 자본들의 동향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교육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중고등부 온라인 1위 업체인 메가스터디이다. 메가스터디는 2008년 1사분기 매출이 480억, 영업이익 158억으로 그 증가율이 30%에 달하며, 올해 매출 2천억원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들에겐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은 은인이요 동반자가 아닐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라는 자가 이 해괴망측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국민이 환영하고 좋아 할 줄 알았다"고 한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에 대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 다음(daum)의 설문결과는 반대가 80.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강남 땅부자로 상징되는 소수의 기득권세력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생생한 증거인 것이다.

3.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교육은 보편적 권리이다!


이미 학교는 학원이 되고 있다. 이미 이른바 '학교 안 학원과외'를 시작한 학교들이 생기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리업체와 사설학원'의 학교 안 과외 허용을 담은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계획' 이후 일선 어느 학교에서는 교장이 "  낮에는 교장 밤에는 학원장이 되었다"고 푸념하였다 한다. 그런데 교장은 '푸념'정도에 끝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 점증하는 교육비의 문제이다. 지금도 사교육비로 인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학교자율화라는 미명하의 학교시장화정책은 노동자들의 주머니에 먼지 한점 안 남기겠다는 날강도 같은 노략질이다. 대학 등록금이 천만원 시대이다. 이대로는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대학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겨우 융자받아서 졸업해도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 그런데도 그도 모자라 교육자본가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각종의 정책, 대학 법인화, 대학 입시 자율화 등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교육불평등 구조이다. 이명박정부가 미친 듯이 밀어붙이는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실상 자본가계급의 자녀들이 사회적 부와 권력을 안정적으로 세습받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강남의 땅 부자들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그토록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다. 얼마나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때문에 조기유학이 가능한 자들, 어학연수가 가능한 자들, 원어민강사에게 교육받을 수 있는 자들 즉 일정한 지불능력이 있는 자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영어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는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만들어서라도 부모의 사교육비 지불능력에 따라 아이들의 성적이 정해지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지는 틀을 만들고 싶은 것이 가진자들의 욕망이다.

한편 지금 진행되는 교육시장화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 사유화와 물, 에너지 등 공공부문 사유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교육시장화저지 투쟁은 이들 공적자원과 공공부문을 시장화 사유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모든 운동진영과의 연대투쟁으로 상호 확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육은 개별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힘들더라도 내 자식만은 경쟁에서 살아남겠지 하는 허망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미 가진자들의 부의 세습의 도구로 된 교육제도 안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언젠가는 주연이 될 것이라는 환상속에서 엑스트라 노릇을 하며, 부모들은 교육자본의 아가리에 뼈꼴 빠지게 번돈을 퍼 붓으며, 자식들은 노동자를 부정하는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를 주입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편에서는 ‘이미 교육은 상품이고 시장이 되었는데 뭔 소리냐’고 자조적인 한숨 소리도 들려나온다. 그러나 물이 처음부터 상품이 아니고 만인의 것이었음에도 이젠 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가 되는 현실을 보자! 우리가 이렇게 부지불식간 자본의 공세에 순응해 들어가는 사이에 저들은 단지 작업장안에서의 착취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미래마저도 저당잡으며 전방위적으로 수탈하고 있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교육은 만인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계급운동이 교육시장화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에서는 전교조 서울지부와 범국민교육연대 등이 농성투쟁을 전개 중에 있다. 이명박 정권의 학교시장화 교육시장화에 맞서 보다 광범위한 투쟁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