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바라보는 교원평가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친환경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한국사회에서 교원평가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교육부총리였던 김진표는 학부모 서한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학교수업참관으로 교사를 직접 평가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신뢰도나 객관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외국에서처럼 학부모의 교육만족도조사로 교원평가를 대신함으로써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통해 학교 교육력(교사의 전문성신장과 교사능력진단 및 개선노력)과 학교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하였다. 그러면서 교사들에게는 자신의 수업이나 교육활동에 대해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 자기계발에 필요한 참고자료로써 전문성신장과 학교운영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며 승진이나 보수와는 무관하다 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가 요구하는 수업시수감축 및 교원업무경감방안을 적극 추진하여 필요한 교원55000명과 15000명의 행정인력을 단계적으로 증원 배치하여(당시 예산 1조8천억 소요 계획) 근무여건개선을 병행한다 했었다. 그리고 곧바로 교원정원 2배의 교원수급을 공표하였고 근평에 따른 성과급 제도를 실시했다. 이 과정 중에 맞물린 상황에서 2003년 일부 개정된 학교급식법에 따른 2006년 영양교사배치와 교장초빙공모제 및 학교비정규직양산으로 체화된 문제와 함께 소위 농어촌지역 1군1우수학교지정과 같은 것들을 지켜보게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계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있다. 어린쥐에서부터 자사고 공립자율고 등 우수학교 300프로젝트, 일제고사부활, 교원평가와 교장공모제...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는 총체적 교육파괴행위에 학교주체는 물론 학교와 교육자체가 몸살을 앓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평준화해체와 사교육만능의 경쟁만이 현재 학교와 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뫼비우스 띠와 같고 교사-학생-학부모의 목을 죄고 있는 개목걸이다. 이명박식 교육은 어린시절 충격스런 감상으로 읽었던 올더스 헉슬리의「멋진 신세계」와 핑크플로이드의「THE WALL」뮤직비디오를 연상케하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기계적 인간제조 정책이라고 밖에는 규정하기 어렵다. 굳이 추가하자면, 세간에서 한국교육정책이 30년을 후퇴했다지만 필자는 일제 강정기 시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가 제시한 시범학교모델을 심화 발전시켜 선도학교를 만들고 각종사례발표와 함께 지침매뉴얼과 교육연수로 세뇌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온 것이 지금의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명박식교육은 정부조직이 바뀌어 느닷없이 드러난 것이 아닌, 지난 몇 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시장화정책이 그 빛을 발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봐야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로 표시하고 있는 교원평가의 기본 틀은 몇 가지 항목의 체크리스트와 다면평가방식의 수업평가를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하는 소위 ‘표준화검사’방식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위학교마다는 정부가 제시한 매뉴얼에 따라 교원평가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학운위 심의를 거쳐 교평 관리위원회 운영규정을 두도록 하고 교장․감을 비롯한 동료교사평가와 학생․학부모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평가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짜 학교자치에 의한 학부모-학생참여로써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듯하다. 그 안에서 학부모들에게는 소위 학교 참여라는 명분을 주면서 민주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의 평가제도인 양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학교주체 또는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평가의 필요성이나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정부방침에 따른 평가지표상 몇 가지 항목에 표시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다른식의 의견개진은 불가능하다. 평가내용 또한 상호 합의 하는 노력에서 만들어낸 것도 아니면서 무슨 학부모 참여 학교자치인가 싶다. 더구나 평가항목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게 과연 교육의 질을 담보할 것들인가 의심갈 정도로 인신공격형이거나 평가자 주관적 인기몰이를 유발케 하면서 대상자들의 경쟁적 쇼맨쉽을 요구하는 것들 일색이다.

이런 작업 기전에서 이것이 마치 공교육에 대한 평가지표인양 착각하게 하면서 결국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당연시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일예로 내가 목격한 어느 교사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수업공개를 하여 높은 평가 환산점수를 얻고 학부모들로부터 칭송을 받으면서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고마운’상황으로 둔갑시킨다. 강한 경쟁의식을 자극하고 학부모들에게 잘못된 교육관을 주입시킨다. 마치 얄팍한 상술로 아줌마들 혼을 빼서 쉽게 호주머니 털어내는 행상과도 같다. 학부모들은 입시경쟁체제에서 제 자식을 맨 앞줄에 세우려니 학부모들은 무언가를 판단파면서 행동할 겨를이 없다. 그들에게는 ‘교사의 질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학력신장으로 나타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이 사회에서 교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지식전달자나 기계적 전수자로 전락되긴 했지만, 학부모 참관수업은 교육의 원칙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아주 주관적으로 판단하며 교사의 단점만 찾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 잘 가르치는 선생을 솎아내도록 한다. 극단적인 경험이지만 우리학교에서는 심각한 폭력과 반 인권적인 교사가 최고로 잘 가르치는 선생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대부분 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소위 교장입맛에 맞는 어용학부모들로 구성돼있는데, 그들은 친환경급식도 거부하고 아이들을 11시 반까지 잡아두는 학교와 선생님이 가장 훌륭하다고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 한다’는 일상적인 인식에서 사실 우리사회에는 ‘가르침의 도’를 교사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를 바라보는 것 또한 수도권에 그것도 서울대에 몇 명의아이들이 들어갔는가를 두고 좋고 나쁨을 얘기한다. 줄 세우기, 평가하기에 익숙한 자들이 학교평가 교원평가 학력신장 석차를 운운하니 그동안 피해를 보았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왔던 일부 학부모들은 환영하며 앞장서서 평가를 요구한다. 폭력, 성추행, 촌지 교사들을 빗대어 부적격교사 퇴출론에서 비롯된 교원평가요구가 정부에서 제시하는 교원평가제도와 혼동하여 집단적으로 찬성하며 스스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교육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과 여론몰이, 치밀하게 준비된 정책이 한데 맞물리면서 ‘모아니면 도’식의 극단적이며 이분법적 사고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전국의 모든 교육청에서는 학운위대상 교평제도 학부모연수를 마쳤다. 지금교육부는 이주호 주관으로 학부모지원사업을 통해 관변성학부모회를 지원, 조직하고 있는 중임을 주시하며 현재진행되고있는 교평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기 바란다. 또한, 학교에는 학운위심의 자료로 교평관리위원회 운영규정 안이 올라와 서둘러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학운위 지침상 적어도 연8회 이상은 학운위가 개최하도록 되어있지만 일 년에 서 너 번 열릴까말까 했으며 학부모위원이나 교원위원이 학내문제를 두고 몇 차례에 거쳐 안건발의를 해도 일체 무시되었는데 이번 교평 문제에는 이상하리만치 몹시도 서두르고 있음을 모두가 주시해야할 것이다.

다시 교육운동을 점검하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그 자리에서부터 운동의 키워드를 공유해야한다. 교원평가를 두고 서로 다른 인식에서 찬성이냐 반대냐로 분열된 현상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함께 할 수 없는 운동이 된다. 원칙을 모르거나 무시한 채 표면적 상황만 가지고 얘기해선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눈앞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기도 벅찬 지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바로 세워야하는 우리들은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여 본디 교육의 목적과 공교육의 원칙을 바로 세워 협력과 소통의 경지에서 평가를 얘기해야할 것이다. 학급학부모회부터 전체학부모회,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학운위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견수렴과 학내자치를 분명히 실천할 수 있도록 하며 평가와 한줄서기식 경쟁교육을 학교로부터 퇴출시키는 노력을 해내자. 그로써 학교는 이제 더 이상 입시준비기관이 아닌 진짜 교육공동체사회로 거듭나고 아이들에게는 더불어 함께 신나고 즐겁게 뛰어노는 배움터가 되도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