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학교, 자율형사립고 폐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자.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 박현숙

 

1.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가장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 폭탄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게다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양극화 현상은 교육부문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이 자녀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이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귀족 학교들이다. 자사고는 국제중과 더불어 대표적인 기득권층을 위한 학교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일예로 최근 전여옥 전 국회의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이른바 사회적 배려자로 국제중에 입학하는 등 특권계층을 위한 학교임이 확인된바 있다.

 

3. 자사고는 지난 2008,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두 배를 외치며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기숙형 공립고 150, 마이스터고 50, 자율형 사랍고 100)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백병부 교수의 발제문에도 있듯이 당시 정부는 자사고 설립을 위해 법인전입금의 기준을 완화(학생납입금 총액의 25%에서 3-5%로 하향)시켜 주었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전국적으로 49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4. 자사고는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가? 국제중 보도가 그러하듯 자사고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일부 기득권층이 사배자 전형을 악용하여 특례입학을 한 것만을 문제삼고 있다. 그 결과 자사고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대신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논리로 귀결된다. 심지어 자사고는 있는 사람들이 자기돈 갖고 자기아이들 교육시키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천박한 논리도 판을 친다. 그러나 자사고는 존재 그 자체로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5. 최근 일반고의 슬럼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홍이 서울시 교육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등에 중점적으로 지원이 되면서 일반고의 위기를 불러왔다고교선택제, 자녀이기주의와 맞물려 학교양극화를 더 부채질했다고 한 토론회에서 비판한바 있다.

 

6. 실제로도 일반계 고등학교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교선택제 실시로 오히려 가정 배경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특목고, 자사고로 몰리면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학교서열 체제를 만들었다. 학부모들도 일반고가 바로 내 집 앞에 있어도 자신의 자녀들을 특별한 재능이 없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일반고에 보내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고에 다는 학생 스스로 자기 학교를 쓰레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7. 지금 일반고들은 교실붕괴, 수업불가능 상태에 놓여있다. 학급에서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수업 중에 잠을 자도 교사들은 이를 깨우는 것을 이미 포기하였다.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과 못하는 아이들의 함께있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아니더라도 또래간의 협력을 통해 학습결손이 메워진다. 그러나 자사고의 확대로 이제 일반고는 이른바 학습결손 혹은 학습낙오자들의 게토가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학력만 하락한 것 뿐 아니라, 교사들이 생활지도, 인성교육을 비롯한 학생지도 조차 불가능한 그야말로 교육파행을 만들고 있다.

 

8.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부는 일반고의 위기의 진짜 원인인 고교서열체제 특히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하고 있지 않다. 기껏 사배자 전형 부분에서의 개선방안이나 일반고 지원 확대 정도에 그치는 미봉책을 내 놓고 있을 뿐이다.

 

9. 자사고는 귀족학교로 평범한 절대 다수의 학부모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그동안 자사고는 고교다양화 정책이라 포장되어 왔지만 그 선택권은 오직 소수의 특권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특목고와 더불어 자사고 출신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자사고는 특권층을 위한 학교로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대학서열도 모자라 고교서열체제가 구조화되고 있다.

 

10. 자사고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 균등한 교육 기회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서열화되어서는 안 된다. 소수의 귀족학교, 입시를 위한 국영수 몰입교육을 하는 학원으로 전락한 자사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귀족학교인 자사고를 탄생시켰던 관계법령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사고가 단지 특권층을 위한 학교일뿐만 아니라, 학교붕괴를 만들고 있는 주범이란 점에서 폐지만이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해답임을 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국민적인 요구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오는 7월 말 교육혁명공동행동과 함께 전국대장정을 통해 특권교육해체!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사회적인 요구로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