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성명서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개탄한다.

오늘 11월 28일, 교육부가 소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혹시나 했던 우리 학부모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역시나 하고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업무 공유를 하면 더 좋을 뻔했다. 교육부 발표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의 개선 방안은 감동이 없을 뿐 아니라, 굳이 평할 가치조차 없는 자질구레한 웅얼거림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 발표안에 포함된 입시경쟁을 극대화할 수능 확대 방침은 교육계의 오랜 과제인 입시경쟁 완화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언발에 오줌누기와 같다.

대입제도 개혁안을 내놓으려면 대입제도에 대한 총체적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개혁안은 총체적 진단이 없다. 조국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학종의 문제점에 대한 얄팍한 대응뿐이다. 학종이 문제니까 수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과 대통령 당선 뒤 국정과제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지난 십수년간 입시경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혁 방안이 제출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입시경쟁 완화 내지 해소이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 ‘대입 공정성 강화’는 입시경쟁 완화는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살인적인’ 그야말로 살인적인 입시경쟁!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어떤 처방도 결국 허탕을 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입시경쟁은 모든 교육문제의 출발점이다.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교육이 팽창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장시간 학습노동에 시달려야 하며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휜다. 점수가 지상과제가 되어 창의적 능력과 거리가 먼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교육은 황폐해지고, 학생들은 서로 돕는 동료가 아니라 이겨야 하는 적이 되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관계가 왜곡된다. 
두 번째는 고교 교육 정상화이다. 입시경쟁은 학교를 붕괴시키는 수준까지 이르고 말았다. 수능, 논술, 특기자 전형으로 인해 학교 교육은 뒷전이고, 사교육이 번성하고 이로 인해 학교 교육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다. 하여 학교는 잠자는 곳이 된 지 오래이다. 수능, 논술, 특기자 전형 등을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 팽창으로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포기한 탓이다. 
세 번째는 학생들의 인권 침해이다.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점수를 좇는 학생들은 장시간 학습노동에 내몰리게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아동학대이다. 학생들은 점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동료 학생들과의 다양한 활동, 관계 형성은 꿈도 꿀 수 없다. 다양한 취미 활동도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행복을 추구할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자아 실현과 지적, 인격적 발달의 기회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네 번째는 교육 불평등 심화이다. 극단적인 입시경쟁의 최후의 승자는 결국 경제적, 지적,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사교육과 학부모의 지원을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학생들은 결국 부유층 집안의 자제들이며, 이들이 입시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한다. 소위 명문대학,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지역 출신인 이유이다. 입시경쟁은 결국 고교 서열화를 강제한다. 외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사고 등 귀족학교들은 외피만 외국어, 과학, 국제, 자율형이지 결국 귀족 입시 명문학교임이 각종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천박한 포퓰리즘 교육 정책을 중단하라. 이미 학부모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확인하고 있는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공정성’ 주제에만 착안하여 발표하는 생활기록부 기재 방안 개선 따위에 국민들은 조금도 감동하지 않는다.
반개혁적 교육관료들을 쇄신하라. 교육관료들 다수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갖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보수적, 반개혁적 분위기에 물들어 있다. 이들을 쇄신하지 않는다면 반개혁적 교육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혁안을 제출하라. 입시경쟁이 모든 교육문제의 근본이다. 입시경쟁을 완화 또는 해소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국공립대 통합, 공영형 사립대학, 대입자격고사 도입 등이 입시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출되어 있으며, 일부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다. 구체적인 일정과 의지를 발표하는 것이 보다 교육개혁의 진정성을 확인해 줄 수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개혁방안에 통탄을 금할 수 없음을 다시 밝힌다. 아직 절반의 시간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 적폐 청산을 서둘러야 한다.

2019년 11월 28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