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d043561948c85d1a20817e6e4ffe377cc5be286.jpg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코로나는 ‘비상사태’다. ‘비상한’ 교육정책을 주문한다.
- 수업결손을 인정하고, 수업일수를 감축하라 -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아 방역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고에 대해 먼저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세 차례의 개학 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 그리고 등교 개학 결정과 재연기 등으로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따른 교육 당국의 학교 정책에는 ‘비상사태’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기에 땜질 처방만 하고 있어서다.

지금 교육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020년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과정이 수차례 번복이 되어 빚어진

학습부진과 결손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온라인 수업은 쌍방향이라고 하더라도 개별지도나 소통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초등 저학년의 경우는 대면교육이 갖고 있는 교육의 관계성, 사회성, 공동체성을 익힐 수 없게 하였다.

이러한 불가능하고 불완전한 수업을 ‘수업’이라고 포장하는 대신, ‘비상사태’에 걸맞게 수업일수를 대폭 감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의 시작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불가능한 ‘비상사태’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으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대신하는 온라인 수업시수 방침을 폐기해야 한다. 학습력을 높이지 못하는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시수와 수업일수를 대체하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누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시행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수업일수를 2020년에 한하여 대폭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행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줄이고 혹서기, 혹한기에 수업을 강행할 경우 학습 저항 등 심각한 심리적, 정신적 병리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업일수는 정부의 시행령에 규정된 내용이다. 교육부의 입안으로 국무회의의 의결을 통해 신속하게 개정할 수 있다.

오로지 정부의 책임이다.
둘째, 2020년의 교육과정을 2020년에 가능한 수업일수 등 조건에 맞게 축소, 조정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2020년에 발생한 학습결손을 2021년 이후에 보충할 수 있도록 2021년 이후의 교육과정을 함께 조정해야 할 것이다.

원격교육이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교사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중론이다

. 그런데 오히려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교육적 차원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외면하고,

 시설비, 인건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인터넷 원격교육을 확대하려는 교육부의 시도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교육 부문에 인터넷 정보 기술이 접목되는 것은 정보화 시대에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학교의 공교육은 정부의 책임으로 계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인터넷 교육 역시, 공적으로 관리될 때 교육의 공공성 실현과 지적 영역 이외에

 정서적, 신체적 균형 있는 발달이라는 교육 본질이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터넷 교육 사업에 사교육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인터넷 원격 교육이 코로나19 ‘비상사태’로 불가피하게 운영되어,

반복 학습 가능, 학생의 학습 시간 조절, 과목 선택 가능 등 그 효용성이 부분적으로 확인되었다고,

우리의 교육을 전적으로 인터넷 기계에 맡길 수 없다. 이에 대한 반증은 지난 몇 주 동안의 온라인(원격) 수업만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그러므로 온라인 교육의 장단점을 따져, 그 활용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온라인(원격) 학습이 대면 학습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첫째, 학습목표 달성 여부는커녕, 온라인 학습 참여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둘째, 가정의 교육환경의 차이에 따라 온라인 학습은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더욱 더 심화시킨다. 셋째, 지적 영역의 학습 효과도 의문이지만, 정서적 영역의 학습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법정 수업시수와 수업일수를 맞추기 급급한 지금의 온라인 수업은 교육이 아니다.

등교 개학 연기 여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하여 안전을 우선으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코로나 방역과 교육을 병행하려 할 경우,

 방역과 안전은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교육도 부실한 위험 가득한 학교 현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로 포장하고 압박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다만, 온라인 개학이나, 개학 연기로 인한 등교 불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 ‘일대일 면담’, ‘학교 내 긴급 돌봄’ 등을 포함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비상 소통’과 ‘비상 돌봄’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학입학 시험 등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모든 절차 역시, ‘비상사태’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입시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학입학시험 제도를 대학입학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모든 대학의 서열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

다음으로, 학교 안의 모든 구성원들이 코로나 ‘비상사태’를 헤쳐나가기 위한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민주적인 결정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안내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참여하는 학교 민주주의, 학교 자치의 전망을 마련할 수 있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비상사태’로 교사, 학생, 학부모들뿐 아니라, 학교 안의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고통을 받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학교 안 노동자 모두가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한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바란다.

학부모들은 더이상 구경꾼이 아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많은 학부모들의 절박하고 불안한 심정을 대변하여 요구하는 것임을 밝힌다.

 ‘비상사태’에 걸맞는 근본적 대책을 다음과 같이 마련하라.

1. 수업일수 감축은 법률 개정이 아니라,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므로 유, 초, 중, 고 수업일수 감축 즉각 실시하라.
1. 2020년의 수업 결손 인정하고 2021년 이후의 교육과정 조정으로 실질적 수업결손 대책을 마련하라.
1. 대학입학 시험 등 상급학교 진학 전형 일정 역시 '비상한 시기'를 반영한 계획을 마련하라.

2020년 5월 13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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