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다시는 비통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
묻지마 식 직종통합 즉각 중단하고, 학교비정규직 철폐하라!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품 속에서 발견된 것은 ‘비정규직의 비참한 세상이란 말이 절감하여 처절합니다.’라는 사연이 담긴 종이로 고인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적은 민원 내용이었다.
 
고인은 업무통합으로 인한 업무증가로 당뇨증세가 악화되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퇴직을 하였다. 나중에 무급휴직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어 퇴직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측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이에 고인은 청와대 국민신문고 및 교육청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였으나 결국 퇴직처리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묻지마식 직종통합과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현실. 자신의 당연한 권리도 주장하기 어려운 참혹한 노동 현실이 결국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책이 변하면 언제든지 그 업무를 합치거나 바꿀 수 있고, 때론 없앨 수도 있어 마치 소모품과 같이 취급받아 왔다. 또 최근에는 학교현장에서 업무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무와 그에 따른 책임은 늘어났지만, 이에 걸 맞는 신분안정과 처우개선 조치도 없었다.
 
실제로 학교정규직인 공무원의 질병휴직 기간이 1년인데 반해, 13년을 일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질병휴직은 고작 60일뿐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연가, 병가, 휴직 등 정규직과 복무규정의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간 요양이 필요하거나, 아이를 갖게 되면 퇴직할 것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비극은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을 확장해 온 정부정책이 만든 것이며,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정부는 지금 당장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의 협업과 분업을 통해서 운영된다. 비정규직이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 학교는 운영될 수 없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양질의 교육은 담보 될 수 없다.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동시에 우리는 정부에게 요구한다. 정부는 묻지마 식 직종통합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교육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
또한 우리는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13년 8월 23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