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교원평가 유예? 교원평가 영구 폐기하라.

교육부가 어제(7월 9일) 올해 교원평가 실시를 유예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소꿉놀이 같은 교육 정책 논의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왜 유예인가? 왜 올해만 실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 나라 교육이 왜 이리도 주먹구구인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들이 제안을 해서 교육부가 수용을 했다? 교원평가가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거래 대상이었던 것인가? 왜, 교육부는 스스로 그런 결정을 못하는가? 교원평가가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면, 왜 코로나를 이유로 실시를 하지 않는가?

울산교육청이 지난 1일 교원평가의 일시적 유예를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무엇이 그리 조심스러워서 울산교육청은 교원평가를 스스로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지 못하고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만 하겠다는 것인가? 경남도교육청도 다음 날인 2일 “교육부로부터 현장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교원평가 실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7월 중순에 공문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들었다.”면서 조심스럽게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교원평가 업무 간소화를 추진하고 업무 개선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 경기, 경남, 경북,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울산, 인천, 제주, 충남, 충북 등 전교조 시도지부들도 거의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2020 교원평가실시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요컨대, 시도교육청과 전교조 시도지부의 주장은 한마디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예년과 같은 방식의 교원평가 강행은 무리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등,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등 교원평가를 위한 정보 제공에 현실적 어려움이 발생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무리한 교원평가 시행은 교원 전문성을 높이기보다 수업과 방역에 전념하고 있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아니면 교원평가를 시행해도 좋다는 말인가? 정상적 학사운영이 가능하고, 학부모총회와 공개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면 교원평가를 위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교원평가가 교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2020년 교원평가만 유예하거나 전면 중단하면 된다는 말인가?

물론,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 시도지부 등은 그동안 교원평가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갔어야 한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2020년 교원평가 유예 또는 2020 교원평가실시 일시 중단이 아니라, 이참에 교원평가 영구 폐기를 당당하게 내걸 것을 제안한다.

첫째, 교원평가에 대한 어떤 보고서도 평가서도 교원평가에 강제 동원된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공유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다. 또한, 어떤 교사, 학생, 학부모도 교원평가 결과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무 쓸모가 없는 짓을 벌이는 데 국가의 이름으로 매년 9월~11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원평가 도입 당시 내걸었던 교원의 전문성 향상, 부적격 교원 퇴출에 대한 어떤 보고도 없다. 교원평가에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을 퍼부어야 할 정당한 이유를 말하는 자도 없다. 그렇다면, 교육부에서 지난 15년 강행된 낭비적 교원평가 행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찾아내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15년, 20년 낭비적 행정이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원평가는 예산 낭비이며, 행정력 낭비이다. 교원평가가 시행된 지 15년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아무 의미도 없는 교원평가 놀음에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자존감을 손상당한 채 강요당해 왔으며, 그보다 훨씬 많은 학생, 학부모가 영문도 모른 채 만족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교원평가에 동원되어 온 부끄러운 15년이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대한민국 교육의 자존과 정직을 회복하기 위해 다음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1. 낭비 행정 교원평가 15년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교원평가 영구 폐기를 선포하라.
1. 낭비 행정 교원평가 15년에 대한 교육부 책임자를 찾아내어 문책하라.
1. 교사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성과급, 교원평가를 즉각 폐기하라.
1.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해 학부모회, 교사회, 교직원회, 학생회를 법제화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학교자치를 보장하라.

2020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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