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평학 논평] 

 

#2023년_교육부_연두_업무보고는_교육개혁이_아니라_교육파괴이다!

 

지난 1월 5일, 2023년 교육부 연두 업무 보고와 그에 앞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교육 실종’을 선포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교육부와 대통령은 그 심각성을 과연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에 학부모 단체인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는 교육부의 연두 업무 보고에 담긴 ‘교육 실종’의 실체를 하나 하나 지적하여 그 무지를 깨우치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교육이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한 인식의 절대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심각한 대학서열화와 이에 따른 서열 대학입시경쟁이다. 입시경쟁으로 인한 장시간 학습노동 강요, 고부담 사교육비, 서열 변별력 확보를 위한 오지선다형 평가에 따른 토론 학습, 탐구 학습 부재와 이로 인한 창의력 빈곤, 학습 스트레스, 대학 경쟁력 저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붕괴 등은 모두 대학서열화와 입시경쟁 교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개혁은 이 같은 문제 해결에 그 방향이 맞추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어떤 인식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교육부 연두 보고의 기본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연두 업무 보고의 내용과 용어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연두 업무 보고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2023년을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는다?’ 

‘개혁’의 근거는 ‘문제 또는 모순’이다. 따라서 ‘개혁’을 표방하려면, ‘문제와 모순’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 연두 업무 보고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이, 느닷없이 ‘개혁’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어서, 도대체 무엇이 개혁인지, 왜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길이 없다. 다만, 추측과 짐작이 가능할 뿐이다. 더구나, ‘교육개혁의 원년’이라 하면, 이전 이명박, 박근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이 표방한 ‘교육개혁’은 모두 부정되는 것이다. 부정할 수는 있겠으나, 부정하려면 정확하게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함에도 부정의 근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셋째, 연두 보고에 담긴 4대 ‘교육개혁’은 개혁의 근거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구나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교육 파괴’를 꾀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대로라면 ‘교육 파괴’와 ‘교육 실종’이 불가피하다. 하나 하나 따져 보자.

 

‘디지털 교과서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

‘디지털 교과서’와 ‘학생 맞춤형 교육’의 연관성을 전혀 이해할 길이 없다.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을 억지로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기호로 전자화한 것에 불과하다. 종이 자원을 절약하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학생 맞춤형’은 아무 연관이 없다. 뿐 아니라, ‘디지털 교과서’는 자원 절약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학생들에게 지급될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기 위한 예산만 1인당 100만원이라고 할 때, 1천만 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10조원이며, 그 비용과 대상 학생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디지털 기기의 평균수명을 2년이라고 한다면 2년에 한 번씩 2-3조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 비용과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까지 더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불가피하다.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막대한 비용 지출을 허락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그 해결을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는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계획은 낭비적이며 무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을 수립한다?‘

고교학점제는 선택교과의 확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 수년간의 고교학점제 시범 운영을 통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기는커녕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교과 선택에 집중되어 입시경쟁교육을 더욱 심화시키고, 학교의 안정적 교육 여건 확보에도 크게 방해가 되었다는 점에서 폐지되어야 할 제도일 뿐이다. 마땅히 고교학점제 보완이 아니라 폐지를 적극 검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 혁신의 선도모델로서 국립고 역할을 강화하고, 학교 자율성을 확대하며, 고교 다양화 등을 통해 모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국립고등학교가 공교육 혁신의 선도모델이라는 것을 누가 인정하는가? 갑자기 국립고가 어떻게 공교육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 내용도 없는 옹알이일 뿐이다. 그보다는 ’학교의 자율성‘과 ’고교 다양화‘에 담긴 ’교육 파괴‘의 위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자율성‘과 ’고교 다양화‘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 같은 이름으로, 자사고, 외고 등 귀족학교, 입시명문고 등이 확대되었으며, 결국 입시경쟁교육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을 뿐이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을 늘봄학교로 개칭하고 운영시간을 20시까지 확대하며, 학교시설을 복합화하여 늘봄학교(교육부), 도시재생사업(국토부), 공공기관 이전(균형위) 등 다양한 정책과 연계하여 활용한다?‘

교육부 연두 보고 내용 중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내용이다. ’학교의 폐지‘를 공표하고 있는 것과 같다. ’늘봄학교‘란 돌봄에 대한 절박한 요구를 학교에 모두 책임지우는 것이며, 또한 학교시설 복합화란 저출생으로 인해 학생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반교육적 대응 방안이기 때문이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남게 되는 교실을 교육과 무관한 도시재생사업, 공공기관 이전 등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서 교육의 질을 확보하라는 요구와 정면 충돌하는 내용이다. 그 동안 OECD 평균에 못미치는 교육환경 확충을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기는커녕, 학생들의 교육 공간을 교육과 무관한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교육 포기‘, ’교육 파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 지원하는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대학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것은 중대한 권한을 지역에 넘기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지방대학 육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지방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대학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몰락 위기는 단순히 대학 입학 학생수의 감소 때문만이 아니며,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차별과 서열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한 대학평준화정책과 지방대학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뿐이다. 지방대학 육성과 지원 책임과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것은 이를 포기하는 것이다.

 

’산업, 사회 맞춤 교육개혁으로 반도체, 디지털, 바이오헬스 등 국가산업  첨단분야 인재를 육성한다?‘ 

’산업, 사회 맞춤‘의 의미는 말그대로 교육을 산업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앞에서 내세운 ’학생 맞춤형 교육개혁‘과 정면 충돌한다. 교육의 본령은 학생들의 지적, 정신적, 육체적 발달이다. ’산업, 사회 맞춤 교육‘은 교육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학생들을 산업의 수단으로 삼는 반교육적인 것이며, 또한 기초과학 등 다양한 학문의 발달을 가로막아 학문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문명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교육부의 연두 보고는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 파괴‘와 ’교육 실종‘을 초래하는 위험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교육자치특구법, 대학의 자유와 창의 보장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 교육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

이러한 입법 추진 계획들은 모두 교육을 산업에 종속시키기 위한 반교육적 계획들로서, 대학의 자유와 창의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 위주의 교육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일반행정에 교육을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며, 교육자치특구법은 전국 각지에 교육자치특구를 두어 입시경쟁교육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이상에서 지난 1월 5일 발표된 교육부의 연두 업무 보고 중 굵직한 문제들을 간략히 지적하였다. 교육부 연두 보고는 한마디로 ’교육개혁‘을 말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교육 파괴‘와 ’교육 포기‘, ’교육 실종‘으로 가득차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반교육적이며 교육 파괴적인 교육부와 과연 어떤 대화와 협의가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굳이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논평을 하는 이유는 ’교육 파괴‘와 ’교육 포기‘, ’교육 실종‘ 계획을 멈추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을 시급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교육부의 연두 업무 보고는 매우 위험한 폭탄과 같다. 스스로 거두기 바란다.

 

2023년 1월 10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IMG_20230109_111114_73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