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초중고 교육 방치와 경쟁교육 강화 속에 초1 빠른 입학 반대한다! 

 

자사고 폐지하고, 당면 현안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 서둘러라! 

 

돌봄과 학업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초등학교 조기입학!!

 

지난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초등학교 조기입학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업무보고에 학부모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와 단톡방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학부모, 교사, 관련 단체들은 교육부가 학교와 교육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지금 학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다면 당장 많은 걱정을 안아야 한다. 한글을 배우는 것부터가, 학교에 오가는 그것부터가 큰 숙제다. 그런데 15~20분의 활동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것이 대부분인 만 5세 유아들이, 과연 40분 동안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앉아 ‘학습’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유치원은 오후까지 아이들을 봐주지만, 초등학교는 학교 수업 시간이 짧아서 끝나면 돌봄교실, 태권도, 미술학원 등을 뺑뺑이 돌리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회만 된다면 학부모들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는 게 아닌가! 전문가들도 만 5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 유아 발달에 적합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도리어 초등학교 조기에 시작하는 경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학습 및 학교생활 부적응 등 여러 부정적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를 희망 학교에 제공하여 학생별 종합 성취 수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초6·중3·고2’인 평가 대상을 2024년까지 ‘초3~고2’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자율 평가, 희망학교지 지금 보수교육감들의 경우 학력 신장을 위해 기초 학력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과연 진단평가 확대가 기초 학력의 보장으로 이뤄질지 초등학교부터 경쟁교육의 강화로 이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 존치 속에 특권학교 폐지나 사교육비 경감은 어불성설 

 

  초1 조기 입학을 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 부담을 줄이기 보다는 경쟁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 조치 하나가 자사고의 존치이다. 교육부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교육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사고 존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일괄 폐지하기로 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런 계획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사고가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에서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자사고는 심화과목 개설이 더 다양해지고 내신에서도 불리하지 않아 인기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일반고의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진다. 실제로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의 고교교사 1,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조사에선 응답 교사의 52%가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내신 경쟁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성적 높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대입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단체들과 학부모들은 왜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주장해왔던가? 자사고와 특목고의 존재가 극심한 대학 입시 경쟁 구도를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확장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방해해 왔기 때문이었다. 자사고·특목고가 선발 효과에 기댄 입시 성적과 계층 분리를 통한 교육의 계층 대물림 통로, 비싼 학비와 여전한 사교육비로 서민들은 접근할 수 없는 진입 장벽만 높여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특권학교 폐지는 입시로 찌든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 교육의 병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로까지 확장되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의 결과였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축적된 논의 과정과 학교 교육의 정상화 노력을 무시하고 핵심인 자사고를 존속시키겠다는 건 대한민국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최근 한국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노동에 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뼈아픈 지적이 화제다. 알다시피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아동 청소년 행복 지수 최하위권 국가다. 상위계층의 아이들은 매일 학원을 뺑뺑이 돌며 고통받지만, 또 한쪽의 취약계층 어린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의 최대 피해자다. 

 

교육부 장관이 이러한 교육 현실을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초1 빠른 입학, 자사고 존치, 기초 학력 전면 확대의 교육부 업무보고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힘없는 유·초·중등 학생들에게 돌아갈 교육예산 축소 시도를 중단하고, 당면한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교육 회복과 함께 인천 학부모와 교사들의 요구 1위인 과밀학급 해소, 교원수 확보를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단연코 인천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교육 개혁은 절대 존재할 수도 없고,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