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여수 현장실습생 학생의 명복을 빕니다.

“되풀이되는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이제는 폐지돼야 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여수 현장실습생 학생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거의 매해 되풀이되고 있는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때마다 <현장실습의 폐지>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우리는 작년 4월에도 경북 s공고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직업계고 학생들을 거의 매년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장실습과 기능경기대회를 폐지하고 직업교육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하였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그랬듯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 역시 우리의 현장실습 폐지 요구를 외면하였다. 우리 평등교육 학부모회는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기업에 팔아넘기고, 청소년 학생들을 저임금 노동력 시장에 내몰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책임을 현 교육부 수장에게 준엄히 묻고자 한다.

 

현장실습은 범죄행위다. 안 그런가?

교육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이 합작하여 자본의 요구에 굴복하여 어린 청소년들의 노동을 헐값에 기업에 팔아먹은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청소년 학생들의 학습권을 짓밟았으며, 노동부 장관과 함께 아동 청소년 노동을 학습이라고 속여 정상적인 근로 계약 없이 헐값에 착취하도록 알선하였다. 죄질이 나쁜 것이, 노동 착취를 학습이라 속인 것이며, 가난한 노동자들의 어려운 형편을 악용하여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으로 수십 년 동안 직업계고 청소년 학생들의 노동을 착취해 온 것이다.

 

교육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현장실습을 방치해 온 직업계고 교사들에게도 여수 현장실습생 학생의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묻고자 한다.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구실삼아, ‘현장실습을 빙자한 청소년 노동 착취’에 학생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산업체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동안, 학생 지도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안이한 마음이 작용하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2017년 제주 생수회사에서 현장실습 명목으로 노동에 내몰린 직업계고 학생이 사망한 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학습형 현장실습’만 허용하겠다고 '말로만' 대책을 발표한 교육부의 기만에도 불구하고 직업계고 교사들은, 여전히 본질적으로 똑같은 ‘청소년 노동 착취 현장실습’을 방치해 왔다. 2018년 이후 교육부가 내건 ‘학습형 현장실습’은 이전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다르지 않다. 현장실습 주무부서가 노동부에서 교육부로 바뀌고 현장실습생이 받는 '임금'을 ‘현장실습 지원비’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다.

 

현장실습의 폐지를 대신하여 현장실습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범죄행위를 묵인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임금 청소년 노동 착취’ 그 자체인 현장실습을 개선한다고 한들 저임금 청소년 노동착취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고임금의 현장실습은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학교의 명령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학생 신분인 직업계고 학생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 본질인데, 노동 착취를 어떻게 하면 개선이 되겠는가?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 불안을 담보로 전공과도 무관하며 취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일자리로 학생 신분인 어린 청소년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 현장실습의 실상이다. 따라서, 현장실습의 개선을 말하는 것은 ‘아동 청소년 노동 착취’의 유지 혹은 옹호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장실습의 폐지 대신 굳이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여수 현장실습생의 나이가 18세 이상이었다면 괜찮은 것인가? 수영을 잘 하는 학생에게 잠수 작업을 시켰다면 문제가 없는 것인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현장실습을 허용하면 괜찮은가?FB_IMG_1633916319187.jpg

 

노동부가 관리, 감독을 잘하면 청소년 노동 착취 현장실습은 계속되어도 좋은가?

교육부가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학교의 노동 안전 교육을 제도화하면 현장실습은 더 이상 청소년 노동 착취가 아닐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장실습의 본질은 청소년 노동 착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과연 현장실습이 학생들의 학습인가? 해양과학고등학교 직업계고 학생이 학습 기간 중에 요트 선체 바닥 이물질 제거 노동에 내몰리는 것이 학습 과정으로서의 현장실습인가, 노동 착취인가? 2017년 원예과 재학중인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이란 이름으로 생수 공장에 가서 지게차를 운전하다가 죽음을 당했는데, 이는 현장실습인가 아닌가? 생수병 지게차 운전과 원예과 학생의 현장실습과 무슨 상관인가? 무엇이 현장실습이고 학습인가? 2017년 같은 해 애완동물과 재학 중인 학생이 통신사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죽음에 내몰렸는데, 어째서 이 같은 청소년 노동 착취가 학습이라는 이름의 현장실습으로 불려야 하는가?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여수 현장실습생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요구한다.

 

1. 학습을 위장한 청소년 노동 착취, 현장실습을 폐지하라.

1. 여수 현장실습생 학생의 죽음에 책임지고 유은혜 장관은 사퇴하라.

1. 현장실습 개선 반대한다. 현장실습 폐지하라.

1. 허울 좋은 현장실습 안전 보장 반대한다. 현장실습 폐지하라.

1. 청소년 학생 노동 착취 반대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

1. 직업교육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을 무조건 보장하라. 취업 알선을 빙자한 현장실습 폐지하라.

 

2021년 10월 11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