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도 반대한다. 고교학점제 중단하라!

교육부가 내년부터 직업계고등학교부터 소위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인문계고등학교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였으나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국 학부모들을 대표하여 <고교학점제>의 시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고교학점제>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중대한 교육정책 변경에 교육당사자인 학부모들의 동의 과정은 물론,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 중 <고교학점제>를 들어본 학부모가 몇이나 될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이미 2년여 전인 2019년 11월경 <고교학점제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으나,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조차 <고교학점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학부모들이 절대다수다. 

둘째, <고교학점제>가 우리 자녀들을 거대한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란 고교학점제 시범학교 교사들의 비판에 우리 학부모들은 공감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경우, 우리 자녀들은 안정적으로 생활할 학급 교실이 없는 횡한 학교에 내팽개쳐지는 신세가 될 것이다. 학생 개개인별로 매 시간 변경되는 과목 선택에 따라 민족대이동 하듯 이리저리 헤맬 우리 자녀들의 당혹스런 모습이 눈에 선하다.

셋째, <고교학점제>가 마치 학생들의 선택을 무한하게 보장할 것처럼 기만하고 있지만, 결국 대학 입시에 유리한 영어, 수학 과목 중심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현실과 거리가 먼 공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가 모른다면 무능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알면서도 학부모와 학생들을 기만한 것이라면 업무방해로 형사처벌 받아야 할 것이다.

넷째, <고교학점제>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미래의 진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미래의 지식’을 습득하게 하겠다는 환상을 퍼뜨리고 있으나, 오히려 급속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졸업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어질 특정 지식, 기술이 아니라, 급속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즉, 기초과학, 인문학 등의 보편적인 교양, 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래의 진로를 준비하기 위한 특정 분야의 과목 선택은 모순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고교학점제>는 대도시 고등학교와 소규모 농촌 소재 고등학교의 과목 선택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역간, 학교간 불평등을 조장하는 교육정책이다. 소규모 고등학교에서는 적은 수의 교사가 불가피하며, 따라서 개설되는 선택과목 수도 적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원하는 과목 선택을 위해서는 대도시 고등학교로 이동하거나 비대면 강의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밖 과목 선택도 가능하다는 <고교학점제>는 사교육 시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다.

여섯째, <고교학점제>는 대학입시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든 학생들과 학교를 대학입시에 종속된 과목 선택, 특정 과목 편중으로 귀결될 것이란 점에서 대한민국의 입시지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 밖에도 교실 부족, 불안정 비정규 교사 양산,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정 심화, 소통 공간 부족 등 <고교학점제>를 반대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고교학점제>의 실상을 모르는 국민들을 상대로 단순하게 찬성, 반대를 묻는 것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는 속임 행정을 펼치고 있는 교육부의 부도덕함에 우리 학부모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서열화된 암기 위주의 입시 경쟁 교육에 지쳐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듣고 싶은 과목을 듣게 하면 교실이 살아날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마라.

독일 등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학무상화,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고민하라.

우리 학부모들은 우리의 자녀들이 서로 성적을 비교하지 않고, 친구들과 서로 도우며 배우고 즐겁게 학창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이 성적이 높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도 원치 않으며,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 것은 더욱 원치 않는다. 우리의 자녀들이 성적 비교로 억압받고 생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즐겁게 고등학교까지 배움과 성장을 경험한 후,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문과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 기만적인 <고교학점제>를 중단하고, 대학 무상화, 대학 평준화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1.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총체적 파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1.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하고 대학 무시험 입학 실시하라

1.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고, 대학 서열을 없애기 위해 전국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를 실시하라

2021년 6월 28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