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현장실습 폐지하고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하라!

 

― 12월 23일 교육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 발표를 규탄한다 ―

 

교육부가 12월 23일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지난 10월 6일 여수에서 故 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 중에 사망한 이후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지금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장실습 폐지는 안 된다’는 언질에 따라 88일간을 미적거리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 수렴한 채 현행 현장실습을 유지하며 보완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중에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지금까지 숱하게 반복되었다. 그 때마다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사고 발생 ➝ 제도 강화 ➝ 제도 완화 ➝ 사고 발생’이 무한 반복되는 현장실습 죽음의 고리를 끊지 못하였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실효성 없는 면피성 땜질 처방만 내놓은 결과로 우리 사회는 학생들의 계속된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교육을 빙자한 현장실습은 1973년 유신 독재 박정희가 모든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의무화하고 그들을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치켜세우며 산업 현장에 내몬 이후 50년이 다 되었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장실습 업체들은 학생들이 ‘저임금 단기 노동력 제공 수단’이라는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실습 학생들은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 취급받아 권리를 박탈당하고 저숙련 노동을 하며 산업재해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 일 년에 2천 명 이상 산재 사망자가 나오는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서 현장실습을 학습형으로 고쳐서 안전하게 잘 운영하겠다는 것은, 매년 2만 5천여 명에 달하는 현장실습 학생과 1만 2천여 곳이 넘는 현장실습업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통제하기 전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2021년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경제력 9위임을 자랑하기에 앞서 정부는 취업을 미끼로 한 죽음의 지뢰밭인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지금 당장 폐지해야 한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실습 개악 방안에서 우리는 땜질 처방의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해야만 한다.

 

1. 현장실습에 따른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의 폐해에 대책 없이 눈을 감고 있다. 3학년 2학기 수업 결손에 따른 피해, 현장 직무 능력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한 NCS 교육과정의 부실 운영, 교육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의 현장실습학생 미이수 상황, 현장실습생과 잔류학생의 시험과 수행 평가 등 ‘성적처리의 불공정성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 이번 미봉책의 핵심은 현장실습학생의 최저임금 지급을 기존 업체 70%, 국가 30% 부담에서 업체 40%, 국가 30%, 교육청 30%로 기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지만 실제적인 노동력 제공 실습으로 이윤을 챙기고 있는 업체에게 막대한 국가 예산을 또 지원해도 되는가?

시도교육청의 수십억 예산 확보는 어떻게 마련을 하라는 것인가? 

업체 40% 저비용 부담만 보고 부적격 기업들이 참여할 우려는 없는가?  

 

3. 참여기업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마땅하다.

고 홍정운 학생의 사고는 유은혜 교육부가 허용한 참여기업에서 발생했다.

사전현장실사만 강화했다고 5인 미만 영세기업 및 시도교육청의 승인조차 필요 없는 참여기업 현장실습의 위험성이 사라질까? 사업주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면책 받을 수 있으며,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노동자 수가 적기 때문에 ‘학습’이 아닌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4. 노무사의 증원보다는 산업안전 전문가의 배치가 필요하다.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위반 사항이나 보상업무 수행이 전문 분야이다. 즉 산업안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불충분하다. 업체의 산업안전을 충분히 점검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 전문가의 배치가 필요하다. 

 

5. 유해 위험 업종(건설, 기계, 화공, 전기 등)에 한해서만 고용노동부의 참여를 확대한다는데, 고 홍정운 학생의 경우 해당 요트업체가 교육부가 지정한 유해 위험 업종이 아닌 ‘관광업’인데도 사고가 발생하였다. 고용노동부의 참여를 모든 실습업체로 확대해야 한다.

 

6. 현장실습생 권익 보호 확대 방안에도 큰 결함이 있다.

현장실습 학생들이 실제적인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학습’이라는 미명 아래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에 대한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따라야 한다.

 

7. 백화점식 땜질 처방 나열로 인한 담당 교사의 업무 폭증은 고려해봤나? 

교사는 수업과 학생 지도가 주 업무이다. 고용노동부 업무 대리자가 아니다. 

 

정부는 학생들의 직업 교육과 취업에 대한 열망의 답이 마치 현장실습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 정부는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기업에게 직업 교육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을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 책임은 바로 정부에게 있다. 직업계고 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면 현장실습 폐지가 답이다.

 

우리는 직업계고 교육정상화의 큰 그림에서 현장실습 폐지의 대안으로 '전국 동시 고졸취업기간 설정을 통한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방안'을 제안한다.

적어도 3학년 2학기 11월까지는 취업 활동 없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전국 동시에 적용되는 가칭 '고졸 취업 준비 기간'을 정해 모든 공채 및 취업 활동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12월까지 취업을 준비하고 1~2월에 채용 및 입사 전 사전교육을 받은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다면 직업계고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 위험 지대에 놓이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학생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마주하고도 현장실습을 유지하려는 정부는 방관자이자 가해자이다.

50년이나 된 누더기 현장실습은 이제 더 때울 곳이 없다.

정부가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전국 동시 고졸취업기간 설정을 통한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여 직업교육을 정상화하기를 촉구한다.

 

2021년 12월 24일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

2021년 여수 사고 고 홍정운 학생, 2017년 제주 사고 고 이민호 학생, 2017년 전주 사고 고 홍수연 학생, 2015년 군포 사고 고 김동균 학생, 2014년 진천 사고 고 김동준 학생의 부모들

 

현장실습 폐지∙직업계고 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회, 전교조 전남지부. 전교조 울산지부, 

전교조 충북지부, 전교조 충남지부, 전교조 대전지부, 

 전교조 광주지부 직업교육위원회. 노동당,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남노동권익센터.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제주네트워크.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

경주S공고 故이준서학생 사망사건공동대책위원회,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광주광역시아동청소년의회청소년노동당.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광주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광주전남지부. 전국참교육동지회, 전남참교육동지회.  전남교육희망연대. 고흥교육희망연대. 곡성교육희망연대. 광양교육희망연대. 나주교육희망연대. 목포교육희망연대. 신안교육희망연대. 여수교육희망연대. 장흥교육희망연대. 진도교육희망연대. 해남교육희망연대. 청년청소년노동권익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남참교육학부모회.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고흥참교육학부모회(준). 광양참교육학부모회. 나주참교육학부모회. 목포참교육학부모회. 여수참교육학부모회(준). 영암참교육학부모회. 장성참교육학부모회. 화순참교육학부모회. 담양교육문화연대. 충북교육연대, 민주노총법률원광주사무소.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남지부. 여수YMCA. 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평화샘, 마을배움길 연구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강원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경기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공주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대구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부산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경남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경북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남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북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울산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제주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아산학부모회, 교육노동자현장실천,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십시일반밥묵차, 전남교육연구소, 시민모임즐거운교육상상,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중성북지회,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서부지회,  

전교조 전남지부 여수지회.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서울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무순, 90개 단체)164032892997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