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 31개 학교의 용의복장규정 개정을 촉구한 국가인권위 권고 환영

“염색․파마 금지, 체육복 등하교 금지, 

교복 상의 위 외투 착용 강제 등은 인권침해”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가 31개 학교장에게 두발과 복장 등 용모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학교 규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중 27개 학교장에게는 이러한 학칙을 근거로 벌점을 부과하거나 지도, 단속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올해 5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학생들의 제보를 받아 인권침해적인 용의 복장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 지역의 학교들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해 얻은 결과다. 우리는 이번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응당 사라져야 할 학교에 의한 인권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학교에서도 이번 권고를 학교생활규정 개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권고에서 “어떤 두발과 복장을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의 기본권이며, 이를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정하고 학생들이 따르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특히 이번 권고는 염색과 파마의 전면 금지나 제한하는 규정, 교복 대신에 체육복을 입고 등하교하거나 체육 시간 외에 체육복을 입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 교복을 전면 착용하는 전제 조건에서 외투 착용을 허용하는 규정 등이 모두 인권침해임을 선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서 2017년에 발표되었던 ‘학교생활에서의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개선 권고’에서보다 훨씬 폭넓은 범위의 용의복장 자유화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진일보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1월 두발 자유를 전면 보장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올해 초에는 조례 개정을 통해 복장에 대해서는 학칙을 통해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삭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두발과 복장을 제한받는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학생들로부터 제보받아 이번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들이 대표적인 증거다. 이번 진정에서는 심지어 목선이 드러나는 똥머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학교, 튀는 색깔의 속옷을 입는 것을 규제한다는 학교 등도 포함되어 있었고, 국가인권위에 의해 모두 개정을 권고받았다. 

 

국가인권위 권고 결정문에서 말하고 있듯, 학생에게는 “인권을 보장받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학생의 안전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어떠한 용모 제한이나 단속도 있어서는 안 된다. 유해환경 접촉 가능성, 학업 성적, 질서 유지 등과 같은 모호하거나 인과관계가 증명될 수 없는 편견을 근거로 학생의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국가인권위 권고는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보편타당한 일이며, 비상식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학생들의 용의 복장을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얼마나 비교육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권고의 대상이 된 학교뿐 아니라, 서울 지역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두발과 복장 등 용모 제한 여부를 전면 조사하고 즉각 개정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들도 반인권적인 용의복장 규제를 멈추고, 학생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스로 검열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인권 보장 책임을 소홀히 한 서울시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에 대한 진정을 기각한 점은 아쉽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일정한 조치를 취해온 것은 사실이나, 학생 인권 보장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이 제기된 학교들의 상황이 바로 그 증거다. 교육부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제.개정하여 학교자치 및 학생의 기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라는 점 등을 들어 진정을 기각하였지만, 안내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는 판단은 부당하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학칙 기재 사항에서 두발․복장 조항을 삭제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으로 모든 학교의 두발․복장 제한 규정을 사라지게 만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인권위는 학생인권의 지역별 고른 보장을 위한 학생인권법 제정의 필요성, 교육청․교육부의 학생인권 보장 책임을 구체화하는 정책 권고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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