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입시 판 오징어 게임을 멈추고 대학서열체제 해소하여 선진국형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하라!

 

 또 다시 수능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시험을 위해 학생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 대학들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표준시험인 SAT를 선발에 반영하지 않거나 선택으로 돌리고 있건만, 이 나라에서 수능의 위세는 여전하다. 오지선다형 문제로 학생을 선발하고 탈락시키는 입시 지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전국의 대학들이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대부분의 학생을 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서울지역 10여개 대학에 수능으로 입학생의 40%를 선발토록 요구하였다. 이로 인해 수능시험은 이제 일부 상위권 대학의 등용문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능시험이 다른 입학 전형과 비교할 때 공정하다는 이데올로기가 횡행하고 있지만, 여러 연구결과는 수능시험 결과가 오히려 가정의 경제적 배경을 더욱 확고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부모 소득이 1분위 상승하면 엘리트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내신 위주 전형에서는 0.5%포인트 높아지지만, 수능 위주 정시전형에서는 0.9%포인트나 오른다는 것이다. 공정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수능시험은 학생부 전형과 비교할 때 계급을 재생산하는 데 더욱 기여하고 있는 불공정한 제도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입시 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능시험에 절대평가를 확대한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임기말인 지금 국어, 수학, 탐구과목에서 상대평가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에 더해 수능 성적으로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를 확대하고 있다. 수능시험은 학교 교육과정을 수능대비 교육으로 왜곡시키고 소숫점까지 학생들을 줄세우기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수능시험을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을 잘 이수하여 대학교육을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대입자격고사 도입은 대학서열체제의 해체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체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입시경쟁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십여 차례에 걸친 입시제도 개편의 실패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진로를 개척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해도, 대학서열체제가 버티고 있는 한 입시 위주 교육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정치인이 모교 폄하 논란으로 공격받고 있는 것은 대학서열체제가 수능시험을 매개로 얼마나 촘촘히 그리고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 대박을 바라고 있지만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해 극히 일부만 상위서열의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수능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징어 게임 같은 입시 현실을 직시한 청소년들은 수능 대박이 아니라 수능 폐지를 외치고 있다.

 

 이제 곧 대선이다. 5년마다 대선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상위권 대학 입학자를 가리기 위해 높은 변별력을 앞세워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수능시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학서열체제를 폐지하고 대입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초·중등교육을 위해서도, 대학교육을 위해서도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는 피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는 한국 교육의 당면과제이다.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 대학서열을 해체하고 대입자격고사를 도입하는 길로 즉각 나서야 할 때이다.

 

2021.11.17.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