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관련 국가교육회의 등 현 정부의 정책 자료를 보고 그 심각성에 공감하여 의견 드립니다.

 

<고교학점제>는 우리 학교 사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일종의 폭탄으로 이를 긴급하게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교조가 현 시기 ‘참교육’을 위해 가장 긴급하게 그리고 전격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고교학점제>는 기존의 교사 자격증 제도를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가교육회의 정책 자료에 따르면, 교육감, 교육부장관이 다양한 과목 편제 및 운영을 위해 강사를 탄력적으로 배치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교원 자격이 없더라도 단독으로 수업도 가능하고, 교육감, 교육부장관이 수시로 새로운 과목을 인정할 수 있으며, 신산업분야의 경우 교사양성 특별 과정을 시행하여 단기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 강사의 탄력적 배치’, ‘표시 과목 외 새로운 과목을 담당할 교사를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수시로 인정’, ‘교원 자격이 없더라도 단독 수업 가능’, ‘신산업분야의 경우 교사양성 특별 과정을 시행하여 단기 자격 취득’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시간제로 근무하는 기간제교원 임용’ 등은 한마디로 ‘교사자격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것이며, 심지어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유사한 자격이 있는 자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자’라고 하여 ‘유사한 자격’, ‘특정 분야의 전문성’ 등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교사자격증을 단 1-2개월에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그리고 결국 모든 학교에 지금까지의 정규교사, 기간제교사, 공무직 등 교육노동자 계급 차별에 더해 강사, 시간제 기간제, 산업체 전문가, 박사 학위 전문가 등 다양한 비정규직 교사들이 넘쳐나게 만들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급기야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학교를 갈등과 증오가 넘치는 전쟁터로 만들 것입니다.

현재의 정규직 교사들의 신분 불안을 넘는 일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존재하는 학교 사회는 이미 비정규직의 불만이 폭발 수준이며, 이로 말미암아 정규직 교사들도 비정규직들의 고통을 고통스럽게 직면해야 합니다. 여기에 <고교학점제>는 시간제 비정규직 교사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며 결국, 학교를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는 교사는 사라질 것입니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각자도생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셋째, <고교학점제>는 담임교사들과 진로전담교사들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할 것입니다. 국가교육회의의 계획에 의하면, 담임교사는 ‘학업성취 모니터링 및 관리 업무’를 하게 되어 있으며, 진로전담교사는 ‘학생 학업 설계와 이수’를 지도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학생들의 생활지도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부담을 지고 있는 담임교사들과 진로전담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이수 학점’ 즉, 졸업을 위한 ‘학점’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파악,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넷째,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국가교육회의가 제시하고 있는 교원정책 중에는 ‘임용 전 수습 기간’, ‘교원역량 평가 후 5년 마다  전문성에 대한 인증, 자격증 갱신’ 등 임용권자나 관리자의 통제 권한을 불필요하게 강화하는 교원자격 검증 조항이 은밀하게 장착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는 차별교육, 경쟁교육 등 우리 교육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불순한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섯째,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김누리 교수가 강조해서 지적하고 있는 ‘대학서열화’입니다.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을 평준화하고 무상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할 교육부, 국가교육회의의 직무유기를 준엄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대학서열화 해소, 입시 폐지, 대학무상화는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교육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국제적으로 경제 대국에 포함된 나라로 이들 제도를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학이 평준화되고, 무상화된다면 모든 ‘경쟁교육’의 폐해가 소멸되거나 대폭 감축될 것입니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제도를 그대로 둔 채 말하는 ‘고교학점제’ 즉, ‘학생의 선택권 존중’은 비현실이며 눈속임일 뿐 아니라, 우리 교육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전교조밖에 없습니다. ‘고교학점제’를 멈춰세울 수 있는 교육운동 세력은 ‘전교조’뿐입니다.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고교학점제'의 독성을 말할 때, 모든 시민, 사회단체, 교육운동단체가 함께 할 것입니다.

글이을재(전교조 ,평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