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스승의날 폐지하고 학교자치의날 제정하라

우울한 스승의날이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존경할 만한 스승이 없어서가 아니다.
스승의날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스승에게 전하는 감사 선물조차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각박한 세상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색한 옷을 입고도 깨닫지 못하는 우리 스스로가 가엾어서다.
이미 학교에는 더 이상 봉건적인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만큼 많은 교직원들의 민주적 공동체이다.
민주적 공동체에 어울리지 않는 법과 제도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모 위에 군림하는 스승의 모습은 더 이상 학교에 없으며, 용납되지도 않는다.

스승이 없는 학교에 허울뿐인 스승의날을 강요하는 자 누구인가?
스승의날에 스승이 없다고 교사들을 핍박하고자 하는 자 누구인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교사들을 해고하고, 다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딱지를 붙여 교육노동자인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한 채, 6년이란 긴 세월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성과급과 교원평가가 교사들을 억지로 등급으로 나누고 교사들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교사들의 참교육을 선택할 권리를 가로막는다.
일등과 꼴찌를 가르기 위한 일제고사형 진단평가가 교사의 수업권을 무색하게 한다.
시시콜콜한 생활기록부 기재 지침으로 교사들의 평가권은 실종되었다.
정치기본권과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군사정권의 유물은 교사들의 손발을 묶었다.
말이 민주적 학교운영위원회일 뿐, 학생들의 기본권도, 학부모들의 민주적 권리도 없다.
교육자치란 말이 무색하게도, 교육부는 교육청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교육청은 학교를 지배하고, 학교 안에 민주주의란 없다.

우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허울뿐인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들의 잃어버린 권리 회복을 위하여 다음 사항들을 요구한다.

1.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
1. 교사들의 자존감을 옭죄는 교원평가, 성과급을 폐지하라.
1. 입시경쟁 교육, 일제고사, 진단평가를 폐기하고 참교육 권리를 보장하라.
1. 교사, 행정직, 학교비정규직 모든 교육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아울러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 다음을 요구한다.
1. 학교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법과 제도를 폐기하고, 교사회를 법제화하라.
1. 학부모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라.
1. 학생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학생회를 법제화하라.
1. 행정직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동등하게 학교 운영에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그리하여,
허울뿐인 스승의날을 폐지하고 학교자치의날을 제정하라.

2020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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