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비전을 듣는다. 인천의 시민단체를 찾아 현재의 활동과 고민, 향후 계획 등을 나누는 시간. ‘건강한노동세상’,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에 이어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평학)’ 인천지부 이은주 상임대표를 만났다.

평학은 2008년 탄생했고 인천지부는 2013년 6월에 발족했다. 이은주 상임대표는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평학 대표를 맡았다. 남들보다 결혼을 늦게 한 탓은 아닐 거다. 부모라면 아이들이 먹는 급식과 교육 등에 당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소개해 달라.

‘평등 교육 실현’이 핵심이다. 입시 경쟁, 성적 위주 교육, 대학 서열화 등 우리 교육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2등, 3등을 한 아이들이 스스로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타깝다. 성적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 성적만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예의, 품성, 자기계발을 했으면 좋겠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에 대한 비교가 교육에서도 나타난다. ‘학구열’은 돈과 직결된다. 사교육이 득세하면 일반고가 슬럼화되는데 그건 잘못된 거다. 일반 교육이 풍성해져야 한다.

교육만큼은 공평하고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 그런 평등 교육 실현이 학부모회 발족의 가장 큰 목적이자 목표다. 거기에 따른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증대 문제, 사립고와 특목고의 차이와 차별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려고 한다.

# 학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인가.

우리나라는 아이와의 소통, 자녀가 올곧게 성장할 수 있는 안내나 교육이 부족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가 되는데 모든 학부모가 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닐 거다. 아이와 바르게 소통하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교육이 부족하다. 회원 중에는 비혼, 자녀가 없는 부모도 있는데 함께 교육에 대해 비판한다.

# 회원은 얼마나 되나. 운영은.

많지 않다. 꼭 공개해야 하나?(웃음) 공동대표, 감사 등 8명의 운영위원이 있고 회원은 100명이 채 안 된다. 상근자 없이 운영된다. 중앙의 사무처장이 인천지부의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다.


#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지난 지방선거 때 제대로 된 교육감을 만들어보자는 데 힘을 쏟았다. 나근형 전 교육감과 비교하면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교육의 불평등이나 입시제도 등 전반적인 교육 문제를 고민한다. 교육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힘들더라도 인식이나 의지를 조금씩 모아나가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 다른 교육 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평학은 노동자와 서민을 주로 대변하려고 한다. 지역에서는 노동자도 주민이자 학부모다. 노동자가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를 낮게 여겨 자식에게 “나처럼 살면 안 돼. 반드시 대학 가서 좋은 직장 가라”고 말하는 게 정상인가. 사회적으로 평등하면 교육도 맞물려 평등해진다.

# 초기에 조직 대표를 맡아 힘든 점이 많았겠다.

‘일복’이 많은 것 같다. 어느 곳에서나 하자고 들면 할 일이 많지 않나. 힘이 부족해 전면으로 펼치진 못하지만 자체적으로 회원도 늘리고, 내실을 풍부히 하려고 한다. 학부모의 요구와 고민을 담는 자리, 그런 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혁신학교의 학부모역할’이라는 강연을 열고, 월 1회 ‘학부모를 위한 교육학 공개세미나’를 하고 있다. 루소 ‘에밀’, 피아제 ‘인지발달이론’ 등을 읽고 자녀에게 편지를 쓴다거나 아이와 함께 하는 활동 위주로 진행했다. 올해는 한 달, 1년 프로그램이다.

# 성격은 어떤가. 시민단체를 이끌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서 보는 시선과 비전이 있어야 할 텐데 현실보다 이상에 가치를 두는 편인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내성적이었다. 중1에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갔는데 “쟤가 누구야?” 할 정도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활동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 돌아보니 외향적인 면이 없었던 게 아니라 발휘하지 못한 상황,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MBTI 검사를 해봐도 오히려 외향적인 부분이 강조되거나 외향과 내향이 적절히 섞여 있다.

노동자 민중성은 말로 강조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 내용을 어떤 그릇에 어떤 틀로 담을 건지가 중요하다. ‘평등교육실현’과 ‘학부모’의 만남. 학부모는 대상이자 주체다. 주체의 확장과 더불어 사회교육 체계, 제도의 변화를 삶의 내용으로 같이 담아야 한다. 구호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야 한다.

# 올해 계획은.

인천의 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할 거다. 비판할 건 비판하고, 민관 거버넌스 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기획 강좌도 계획 중이다.

6월에 했던 총회를 올해에는 앞당겨서 2월이나 3월에 하려고 한다. 많은 걸 하려고 애쓰기보다 몇 가지 사안을 확실하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조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준비하며 에너지를 모을 생각이다.

# 인천의 시민단체 활동과 성과를 어떻게 보나.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할까.

예전에 비해 다양화, 전문화됐다. 시민과 지역의 요구 속에서 성장하는 한편 활동가들의 안정성은 부족하다. 젊은층이 들어와서 젊어지고 넓어져야 하는데 고령화돼있다. 상근자에 대한 지향과 전망을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안고 있는 숙제다.

시민단체에 적을 두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 주변에 단체가 많은데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금이라도 사회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체를 후원하고,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 시민단체도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 언론이나 [인천in]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역신문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과연 지역신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인천in]은 인터넷신문인 만큼 신속, 정확,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공유가 필수일 것 같다. 지역사안을 재빠르게 알려주고 공감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인력이 풍부해져서 다방면으로, 다른 데서는 하지 않은 인천의 구석구석을 알려줬으면 한다. 인천은 역사/문화/인물 측면에서 발굴할 게 많지 않나. 배다리 탐방 기사나 세월호 관련 보도는 좋았다.